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 여행 in 상하이」 2편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 여행 in 상하이」' 세 팀은 그동안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중국 지도를 펼치고 중국 대륙과 인구 등의 개괄을 거쳐, 상하이의 주요 관광 포인트 공부는 물론, 항공권과 숙소 예약에서 여권과 비자 환전, 출입국 카드와 세관 물품서 작성 요령, 면세점 이용법, 여행 글쓰기와 여행 사진 찍기, 심지어 짐 싸기까지 수업 과정에 들어있을 정도였다. 유용한 사이트와 앱, 구글 맵 이용법도 배웠고, 간단한 중국어도 익혀 중국 요리 주문하기,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이용도 확인했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준비 할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 대비해도 막상 여행을 떠나면 계획대로 되질 않는다. 유심칩에 도시락, 로밍까지 했건만 핸드폰엔 와이파이 표시가 뜨질 않고, 구글 맵이나 번역기도 무소용일 때가 많아 손발을 동원하고 안 되는 영어도 해가며 고난의 행군을 한다. 날씨는 왜 그리 더우며, 일정은 빡빡한 데 지하철은 서울보다 간격이 뜬 데다 이용객이 어찌나 많은지, 잠깐 한 눈 팔면 미아 되기 십상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행기 작성이라는 숙제도 기다리고 있다. 이래서 준비할 때가 가장 설레고 즐겁다는 거구나를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5월 29일 상하이 여행 출발의 아침이 왔다. '언니들의 감성 여행' 팀 4명은 인천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즐거운 상하이' 팀 3인과 '상하이 천리안' 팀 4인, 글·사진 기록팀 4인은 조금 늦게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공식적으로 3박 4일이지만, 하루 더 묵으며 자유 시간을 즐기겠다는 팀도 있었고, 경비 절약을 위해 도미토리를 예약한 팀도 있었으며, 상하이보다 항저우에서 시간을 더 보내겠다는 팀 등 세 팀 모두 일정과 목표가 다 달랐다.

 

   

 

아침을 거리 음식으로 대신하며, 분 단위 일정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 에너지 넘치는 '언니들의 감성 여행' 팀은 버스를 타는 바람에 '예원'에서 만나기로 한 기자와의 약속 시간에 40여분이나 늦었다. 이들의 빡빡한 일정을 아침부터 따라 다녔다면 여행 첫날부터 기절했을 것 같다. 자주 나갈 수 없는 해외여행,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종종 걸음 하는 게 당연하다 싶다가도, 연세가 있는데 쉬엄쉬엄 다니며 여유를 즐겨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야외 벤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사람 구경하는, 아무 것도 안할 자유는 영영 누려보지 못할 것 같다.

 

   

 

'상하이 천리안' 팀은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 정부 청사 등의 애국 순례를 기획했고, 그 의미를 더하기 위해 지인의 협찬을 받아 한복 차림으로 독립열사들께 절을 올렸다. 재혼 여행자 같다고 놀리기는 했지만, 한복 차림이 어찌나 곱고 당당한지, 타국에서 고생한 지사들께서 어여삐 여기셨을 게 분명하다.  특히 이 팀의 김선생님은 항저우에서 오래 근무하셨기에 전문 가이드 못지않은 중국어와 통솔력으로 상하이와 항저우 명소를 샅샅이 돌아보게 해주셨다. 여행 중 발을 다친 분이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유명 맛집에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김선생님 수고 덕분이었다.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 여행 in 상하이」' 기획 목적은 참여자 모두 동등하게 준비하고 나누며 여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도 취향도 다른, 모르던 이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움직이다보면 자연스레 불협화음도 나고, 어느 한 분이 더 많이 나서야 하고, 돈 지출에 과민한 분도 있기 마련이다. 팀을 따라다니며 여행을 기록하고, 여행 후 글쓰기 교정에도 관여하면서, 이 모든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살이 날 법도 한데 여행 후 글쓰기 수업에도 빠지지 않고 나오셨다. 무사히 즐겁게 다녀온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참여자들, 50+세대의 성실함이라니. 그들을 위한 수료식도 센스 있게 준비됐다. 예쁜 자주색 표지 안에 수료증과 사진기록 팀이 촬영한 개인별 사진에 곁들인 빨간 장미 한 송이. '여행을 기록하는 「맘대로 여행 in 상하이」' 팀이 함께 한 100시간이라는 말로 소회를 대신한다.

 

수료증을 품에 안은 참여자들은 차를 마시며 커뮤니티를 구상했다. 사업가 출신 이선생님이 만장일치 회장이 되셨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국내 여행부터 실천 해보기로 했단다. 커뮤니티 이름은 '상하이 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