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 둔 장롱영어 : 잉글링크 커뮤니티

 

다른 것은 다 버렸어도 영어책과 참고서는 버리지 못했다. 영어와 씨름한지 하도 오래되어 장롱 한켠에 묻어 둔 기분이다. 학창시절에는 시험의 중요도가 국영수였던 만큼, 과목 배점이 높아 매우 중요한 과목 중 하나였다. 많은 시간과 정열을 투자했고 영어는 꽤 잘했다는 말도 들어서인지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지만 시험에 대비한 주입식 학습이었고, 유학을 준비하는 몇몇 사람만 회화를 따로 공부했었다. 당시에는 외국인 보기가 드물었고, 영어로 말할 기회는 더욱 없었다. 요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언제든지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장롱 영어로 말 걸기가 자신이 없고 겁까지 난다. 다시 공부하자니 쑥스럽고, 일상의 먼 시간을 돌아와 장롱영어를 꺼내보니 아득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100세 시대에 살려면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아 아무래도 영어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장롱 한켠에 둔 옛날 참고서를 끄집어 내 독학하기도, 학창시절 다녔던 영어 단과반에서 젊은이들과 같이 공부하기도 머쓱하다. 그냥 끼리끼리 모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문법보다는 말문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은 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러한 화두는 50+세대에게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이런 비슷한 고민과 공통된 주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모임이 잉글링크 커뮤니티다. 이 커뮤니티는 지난 1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교육과정 <1달 안에 책 만들기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뭉쳤다. 그들은 만나자 마자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단박에 알아 차렸다. 서로가 격려하고 의지하며 오래된 영어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해묵은 고민을 해결하고 무엇인가를 배울 때는 확실한 목표가 필요했다. 마침 멤버 중 전쟁기념관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는 권오돈 선생님이 있었다. 그의 제안으로 전쟁기념관 영어 해설사를 목표로 설정했다. 전쟁기념관 영어해설사가 되려면 우선 영어능력이 확인되어야 하고, 약 2달간의 교육과 리허설에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잉글링크 커뮤니티가 결성되고 권 선생님의 도움으로 전쟁기념관에 교육 요청을 신청하자마자 바로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바쁜 일정에도 매주 금요일에 전쟁기념관에서 영어해설 고수들의 친절한 안내와 교육 및 시연에 참여하고 있다.

 

선배 해설사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외국인들은 무슨 내용을 좋아하고, 어떤 사실에 관심을 갖는지가 해설의 초점이었다. 그 다음 단계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영어 회화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정확한 단어 사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근 전쟁기념관은 미국이나 영국 외에도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이 찾는 장소다. 서울에서는 경복궁 다음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외국어 전문 해설사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장소라고 한다. 현재 잉글링크 커뮤니티는 국내 외국어 수요에 부응함과 동시에 자기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잉글링크의 목표는 우선 하반기에 전쟁기념관 영어 전문해설사 시연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전쟁기념관에서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