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억 규모의 록펠러 소장품… 세기의 경매 열린다.” 며칠 국내 일간지에 실린 헤드라인이다. 기사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꽃바구니를 소녀’(1905)라는 작품도 실려 있었다.[사진1] 순간 머리에 가지 장면이 전광석화처럼 지나갔다.

보름 전 ‘2018 아트바젤홍콩(Art Basel Hong Kong 2018)’이 개장되자마자 작품이 팔렸는데, 그중 작품인 피카소의 동판화 ‘검소한 식사’(1904)를 홍콩에서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사진2]

이와 관련해 필자는 옥션(Auction)이라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파리, 뉴욕, 런던 같은 도시에서는 아트페어(Art Fair)라는 이름의 미술품 시장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가을 개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도 그중 하나다. 행사에 참여하는 화랑에서 내놓는 작가의 작품을 미술 애호가들이 구입할 있는 ‘큰 장터’다. 그래서 아트 페어에서는 경쟁적으로 좋은 작품을 구입하는 개인 수집가도 있지만, 각국 미술관 구매 담당자들이 작품을 경쟁적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수집가들이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수장하며 ‘숨겨온’ 작품을 팔기 위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트페어는 구매자들에겐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한편, 일반 애호가들에겐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전시장은 항상 수많은 애호가로 북적인다.

앞의 신문기사에서 언급한 뉴욕 크리스티 옥션에서는 미국의 부호이자 소문난 미술 애호가인 록펠러 가문의 데이비드 록펠러 3세(1915~2017)의 소장품이 나온다니 전 세계 미술계의 눈들이 경매장으로 쏠리고 있다. 여기서 피카소의 ‘꽃바구니를 든 소녀’가 얼마에 낙찰될지도 관심사이지만, 그 ‘소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수많은 애호가가 행복해하고 있다. 미술 시장의 두 가지 다른 순기능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글 이성낙 현대미술관회 前 회장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