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의 연구결과인데요. 병원에서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내놓기 전 한 언론사가 “나이 들면서 잠자리 빨리 들면 ‘치매 진행 중’ 알리는 경고등?”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습니다.

제목을 보면 매우 충격적입니다. 나이들수록 사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됩니다. 실제 주변의 어르신들 중 저녁만 먹고 나면 바로 졸기 시작해 주무시다 새벽에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겐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적으로 이는 와전된 기사입니다. 연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김기웅 교수는 치매 관련 연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연구자 중 한 분입니다. 문제는 언론이 보도할 때 연구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했다는 것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내놓은 아래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중간 부분에 있는 문장, 즉 “반면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의 중간점이 오전 3시보다 늦은 사람)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오히려 40% 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를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얼핏 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 수면 패턴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수면 패턴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자가 설정한 중간점이 오전 3시이므로 만일 8시간을 잔다면 밤 11시 이전에 주무시는 어르신들은 모두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우리가 의학 관련 보도에서 꼭 눈여겨볼 내용은 인과관계가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통계적 연관성만 있는가 입니다.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원인이므로 ‘maker’입니다. 그러나 통계적 연관성만 있는 것은 단순한 표지자, 즉‘marker’입니다. 이번 연구의 경우 종달새형 수면 패턴은 치매를 일으키는 maker가 아니라 marker란 뜻입니다. 즉 종달새형 수면 패턴의 어르신이 분명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긴 하지만 그 원인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은 아니란 것입니다.

좀 더 쉬운 예를 들겠습니다. 오래전 우리나라 강화도에서 재미있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발바닥에 티눈이 있는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티눈은 maker가 아니라 marker입니다. 즉 오래 살기 위해 일부러 발바닥에 티눈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maker는 무엇일까요? 운동으로 추정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면 건강에 도움을 주고 오래 삽니다. 그런데 운동을 많이 하면 아무래도 발에 티눈이 생길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해가 되시는지요? 오래 살기 위해선 티눈보다 운동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로 돌아오겠습니다. 어르신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노화가 원인이지 종달새형 수면 패턴이 원인이 아니란 뜻입니다. 따라서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종달새형을 올빼미형으로 바꾸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길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40%포인트 높아졌으며, 총 수면시간이 8시간 이상이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7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8시간 이상 자면 치매 위험이 높다는 내용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두고 8시간 이내로 줄여서 자면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고 오해해선 안된다는 뜻입니다. 오래 자는 현상도 maker가 아닌 marker입니다. 원래 노화 등의 이유로 치매에 잘 걸릴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에게 수면시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뿐입니다. 오히려 수면시간을 억지로 줄이면 어르신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분, 잠잘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 8시간 이상 오래 자는 어르신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병원을 찾아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발견 등 조기진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이것을 원인으로 오해해 어르신들의 수면습관을 억지로 바꾸는 건 결코 정답이 아니란 점을 꼭 기억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