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여성주의 건강관을 바탕으로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고,

아플 때 서로 기끼어 보살피는 평등·평화·협동의 공동체를 만들어갑니다.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협동하여 사람 중심의 의료와 복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건강해지는 마을을 꿈꿉니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혁신파크 안에 '건강혁신 살림의원'이 7월 2일 문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찾은 병원 복도 벽에 커다랗게 쓰여 있는 이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많은 병원들이 자본주의 논리로 운영하고 있어 환자는 늘 불안하다.

기다림은 길고, 의사와의 만남은 짧다. 게다가 과잉진료에 대한 염려도 함께 따라온다. 이런 현실에서 만난 살림의원의 정신, 즉 '사람 중심의 의료와 복지'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신뢰를 준다.


   

▲건강혁신 살림의원 개원포스터(좌), 병원 건물 앞의 조합원들(우) / 사진제공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2012년 창립총회를 연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http://cafe.daum.net/femihealth)(이하 살림)은 은평구 구산동에 가정의학과인 살림의원을 열었다.

이듬해는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돕는 운동센터 '다짐'을 개관했다. 더하여 2016년 치과를 개원하며 성장해 온 살림은 출발할 때 348명이었던 조합원이 현재 2447명으로 8배 늘었다. 하루 환자가 100명이 넘자 올해 7월, 2호점 격인 건강혁신 살림의원을 개원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운영으로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빚 없이 확장해 온 자부심이 대단하다.

 

더위로 연일 전기 사용량 최대치를 바꾸고 있는 며칠 전, 건강혁신 살림의원을 맡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신애 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수를 많이 주는 곳도 있을 텐데 하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병원을 선택한 동기부터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제가 일하는 만큼 적정한 월급을 주십니다. (웃음) 살림은 추구하는 가치가 좋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많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돌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지요. 의사로서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돈으로 살 수 없는 매력이 많습니다."


 건강혁신 살림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낯선 '주치의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참여자는 아플 때도, 아프지 않을 때도 매월 정기적으로 건강을 상담한다. 비용은 매달 1만원이다. 나도 신청하여 초진을 받아보았다. 과거질환, 가족력, 음주, 흡연, 수면, 운동, 식사 등 생활습관은 물론 사회적 관계와 자신에 대한 감정까지 묻는 꼼꼼한 문진표를 작성해야 했다. 몸과 마음을 함께 살펴 균형 있는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이 충분히 느껴졌다. 검사 결과 복부지방이 많게 나와 구체적인 운동처방 숙제와 건강 수첩을 받아왔다. 다음 달 더 나은 상태로 면담하고 싶은 의욕이 불끈 솟는다.

 

 개원 한 달 전부터 조합원들과 함께 병원을 여는 준비를 하고 '주치의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진료를 해온 김원장의 감회는 어떨까?

 

 "쿠바 등 주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처럼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병이 생기기 전부터 관리하며 기대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환자와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애써왔지만 한계가 있었는데 살림에서는 대놓고 많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내담자들에게 조언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30분 이상의 초진에서 내담자의 생활습관 및 몸과 마음의 현재 상황을 충실하게 들여다보면서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죠. 이 작은 차이가 사실은 큰 것입니다."

▲ 건강혁신 살림의원 김신애 원장 / 사진제공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김신애 원장은 서부캠퍼스와도 머리를 맞대고 50+세대가 관심이 많을 만한 건강 이슈를 찾아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6월 주제 '나에게 맞는 병원은 따로 있다 : 병원 제대로 이용하기'는 많은 호응을 얻었다. 50이 되어 맞은 갱년기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 온 여러 질병들.

이때 마음대로 판단하여 이곳저곳 병원을 찾아다니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병원을 이용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강의였다.

7월에는 '50+를 위협하는 위암 파헤치기'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났음에도 40여 명의 참석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위내시경, 위염 증세 등에 대한 질문을 뜨겁게

이어갔다. 8월에는 '주치의와 함께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을 강의할 예정으로 현재 참가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신청하기: https://50plus.or.kr/swc/education-detail.do?id=1150953


   

▲ 서부캠퍼스에서 진행하는 건강특강 포스터(좌), 7월 강의모습(우) / 사진제공: 박태희PM

 

살림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신입조합원 교육 및 환영을 위한 '살림 파티'와 홀수 달마다 열리는 6개의 '동모임'이 좋은 예이다.

조합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모이는 14개의 소모임도 활발하다. 서로 돌보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건강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7월 동모임 안내 포스터(좌), 기자도 참여해 본 불광혁신 동모임(우) 친목뿐만 아니라 '쿠바의 주치의 제도'를 자세히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 사진제공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모든 사람이 스스로 건강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살림이 훌륭한 롤모델이 되어 우리나라 곳곳에 따뜻한 의료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질병만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며 진료합니다."

"차별에 반대하며 평등한 사회에 기여하는 일차의료를 추구합니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김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