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다녀와서 

 

#2000년-신중년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는 2000년이 되면 세상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예금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가입사이트 비번 등등 알량한 재산을 부여잡고 온갖 불안과 의심으로 2000년을 맞았다. 밀레니엄 버그의 싱거운 해프닝으로 2000년을 시작한 것은 불혹의 나이 40!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육순이 된 지금은 100세가 재앙인 시니어가 되었다. X, Y, X세대와의 대비 세대로 '베이비부모 군단', '꼰대세대'의 타이틀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졌다.

 

2018년 현재, 어찌하다보니 나는 신중년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순창으로 출발

국민연금공단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주관, 순창군 건강장수연구회 주최의 「신중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국민연금제도 30주년 기념 노후준비 특별행사에 다녀왔다. 지인의 소개로 신청했는데 덜컹 초대장이 온 것이다. 평일(6.25~28) 3박 4일 일정은 조금 무리였지만, 휴식 겸 나들이의 홀가분한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집결 장소에 대기 중인 국민연금공단 대형버스에 오르니, 이미 만석에 가깝다. 빈자리 앉아 옆에 계신 분과 인사를 나누니 그분도 홀로 오신분이란다. 3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곳은 순창군 건강연구소. 곧바로 이어진 점심 식사가 일정의 시작이었다.

 

#1일차 스케치 "노후준비 서비스는 국가가 주는 선물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참석한 총 58명의 신청자들을 10개 조로 나누어 조별 자기소개를 진행했다. 1958년생이 대다수였으며 1949년 최고령자에서부터 1963년 막내까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27년 대기업 퇴직, 37년 교사 퇴직, 경찰 공무원 35년 퇴직…인생 1막의 진한 전적들이 펼쳐지면서 현재의 자신을 소개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신중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2015년 12월 23일에 만들어진 노후준비지원법 제9조에 의거 지정된 국민연금공단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국가가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진행된 변용도(작가탄생 프로젝트 1기 68)님의 '이렇게 놀았더니 돈이 생겼다' 강의에서는 자신의 취미가 돈과 건강을 안겨주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특히 신중년의 글쓰기 파트에서 "KISS를 잘하는 사람이 글을 잘 쓴다"며 'Keep It Short Simple-KISS'를 강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으로 황안나(79) 도보 여행가는 '가슴 뛰고 싶었던 이야기'를 주제로  글쓰기가 궁금한 참석자들에게 큰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자유로 우려면 외로 워야 한다'는 강연자의 모친(홍영녀)의 말이 가슴에 머무는 강연이었다. 그녀는 글쓰기의 비법으로 많이 읽고, 쓰고, 메모하기를 권했다. 2006년 <내 나이가 어때서> 출간을 시작으로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엄마, 나 또 올게>,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4권의 저서는 강사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일정 종료 후에 전문 작가의 사진 촬영 이벤트가 깜짝 선물로 주어졌다. 환한 조명 아래에서 예쁘게 멋 부리며 찍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라는 배려에 마음이 흐뭇하다.

   
#2일차 스케치 "노후 준비를 위한 4대영역 인생 설계를 받다."

명상요가로 2일차를 시작했다. 권우실 강사의 '노후준비는 콘텐츠다'와 '이계호 교수의 건강이야기'가 오전 일정으로 이어졌다. 권 강사는 '끌리면 끌어요', '걱정마요 김대리' 등의 성공 사례와 2017년 작가탄생 프로젝트 1기의 경험을 곁들이며 자신만의 콘텐츠로 안내했다. "돌파구는 나만의 콘텐츠, 내 시간은 내가 지배한다. 월요병은 없다"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다. 먹거리와 건강의 함수 관계를 유창하게 풀어가는 이계호 강사의 물과 방귀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태초 건강한 먹거리 이야기와 함께 잘못된 식생활의 상식을 정정해주었다.

 

   


오후에는 재무 설계 맛보기와 그룹상담이 진행되었다. A, B그룹으로 나뉘어 전문가와 함께하는 노후 준비를 위한 종합 진단의 시간이었다. 여가, 건강, 재무, 대인관계 4대 영역별 체크와 검사, 상담, 실천 과제와 다짐까지 노후 준비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시간이었는데,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진지하고 실천적인 계획과 준비가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다. 


#3일차 스케치 "지구는 둥글다. 즐거운 인생!"

무상으로 제공되는 맛난 밥에 편한 잠자리는 행복 지수를 높였다. 특별 행사가 주는 특별한 기쁨의 하루였다. 공단의 정태욱, 권우실 담당과장이 진행한 자신의 콘텐츠 갖기와 노년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콜라보 강의는 많은 공감을 불러왔다. 특히 행사 총 진행자인 정태욱 강사는 초지일관 자신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강조했다. 

 

   

 

이후 밤새 내린 폭우로 불확실하던 야외 일정이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었다. '모든 나이는 꽃이다' 로고가 새겨진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강천산 계곡 길을 걸으니, 과분함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전통 누룩 고추장 떡볶이와 인절미 떡메 체험으로 평일 오후의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저녁 식사 후 주어진 넉넉한 자유시간은 일상의 느림의 여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인 1실의 소박한 잠자리도 딱 적당하다. 차고 넘치는 수선스러움이 없어서 도리어 편안했다. 27일 밤 11시, 우리나라와 독일과의 월드컵 경기를 강의장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했다. 2:0으로 끝난 독일전 축구는 인생 역전의 참맛을 재현한다. 지구는 둥글고, 공도 둥글다. 오랜만의 흥분을 누리는 행복한 밤이다.

 

 

#신중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00세 시대! 인생은 60부터다. 이제부터 신중년 내 이야기를 풀어볼 요량이다. 출발을 위한 재정비의 시간으로 차분히 준비해서 인생 2막의 새로운 나를 기대해 본다. 이제 나는 新중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