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강좌 취재기 : 시 한편 낭송으로 힐링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이하 생략) 

 

 

지난 7월 24일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는 도종환 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송숙경 님의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되었다. 그동안 앞만 보며 살아온 50+세대들의 메마른 감성이 촉촉이 적셔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7월 3일부터 내 마음을 울린 시 한편 <나도 시낭송가>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이 이날 발표회를 가진 것이다. 강좌를 수강하면서 배운 솜씨를 발휘하는 시 낭송이 시작되자, 50+세대들의 마음도 모처럼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하 생략)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이하 생략) 

 

김춘수 님의 시 '꽃'과 김구연 님의 시 '꽃씨 한 개'를 3명의 수강생이 퍼포먼스와 함께 낭송하자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서 낭송된 신경림 님의 '갈대'와 '인디언 기도문'에도 발수갈채가 쏟아졌다. 활자로 감상할 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이 낭송자들의 음성을 통해 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색소폰 연주로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감상하며 쉬어가는 타임을 가진 후 이성선 님의 작품 '사랑하는 별 하나' 합송이 있었다. 이후에도 마음을 울릴 만한 시들이 줄줄이 낭송되었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이하 생략)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이하 생략)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하 생략) 

 

문병란 님의 '직녀에게' 낭송이 끝난 후에는 한 수강생이 시 낭송의 느낌과 어울리는 춘향가 중의 한 대목을 판소리로 열창해 주어 뜨거운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 옛날 여학생들로부터 애송되던 노천명 님의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와 조병화 님의 '늘 혹은'이 낭송되고 김현태 님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가 수강생 퍼포먼스와 함께 합송되었다. 이어서 시 낭송 대상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시인이자, 시 낭송가인 이혜정 강사가 마종기 님의 '우화의 강'을 낭송할 때는 모두가 숨죽여 전문가의 낭송을 음미하기도 했다. 

 


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이하 생략)  

 

조동화 님의 '나하나 꽃피어'를 모든 참석자들이 합송한 후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낭송회의 끝을 맺었다.

 

 

'나도 시 낭송가' 발표회는 이상과 같이 시 독송, 시 퍼포먼스, 시 합송, 색소폰 연주, 판소리, 합창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낭송회가 끝나자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그동안 마음에만 담고 있었던 시를 낭송해 봄으로써 오롯이 그 시를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퍼포먼스를 하면서 시를 낭송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더 큰 느낌과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발표회는 시를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낭송했을 때 더 큰 감동이 있음을 알게 해준 자리였다. 

 

 

시 낭송을 잘 하려면

발표회에 앞서 '나도 시 낭송가' 강좌를 들여다보았다. 시 낭송 강좌를 이끈 이혜정 강사는 "시 낭송을 잘하려면 시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선정한 시에 대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 체험처럼 소화해야 한다. 시대적 배경도 살펴보고 스토리 속에 빠져야 한다. 그리고 반복해서 낭송을 해 본다. 이때 호흡과 발성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 낭송은  “아 이 우 에 오” 부터?

이혜정 강사는 "시 낭송을 하기 위해서는 발음을 잘 해야 하고, 발음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한다. 단전을 단련하고 단전을 통한 호흡과 발성이 중요하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소리는 단전에서부터 나오는 소리다."라며 호흡과 발성 연습으로 음성 다듬기를 강조했다. 그래서 매번 수업도 시낭송을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몸 풀기 체조와 함께 단전을 두드리며 "아 이 우 에 오"와 "하 히 후 헤 호"를 반복하며 시작한다.

시 퍼포먼스 시간에는 시를 낭송하며 퍼포먼스를 할 때 해야 하는 손의 위치와 제스처 하나까지 꼼꼼히 지도하여 시 낭송의 효과를 높여 주었다.

 

 

이혜정 강사는 시 낭송회를 준비하려면 어려워하는 수강생들에게 "여러분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너무 잘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겁니다."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열성적인 수업과 수강생들의 열의를 통하여 감동적인 발표회가 이루어진 것이다. 학습지원단 김문주 님은 이번 강좌를 통해 "가슴이 뻥 뚫리는 힐링의 체험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시 한편으로 힐링을∼

2010년 일본에서 98세 할머니인 시바타 도요 시인의 '약해지지 마'가 출간되면서 전 세계인이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90세가 넘어서도 시를 쓸 수 있고, 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여유를 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직장생활과 가족 챙기기에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였던가? 앞만 보고 달려 온 지난 시간과 여유 없이 살아 온 삶을 되돌아본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이하 생략)  

 

우선 마음 가는 시 한편을 골라 낭송해 보자. 그리고 직접 시를 써보고, 그 시를 낭송해 보면서, 나를 위로하는 기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