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하면 직업도 변한다.’ 평범한 진리이다. 속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세상이다.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변해야한다. 몇 십 년 동안 켜켜이 쌓아왔던 경력과 기술만 믿고서 모든 것이 변해버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도 일자리 잡기가 녹녹치 않은 세상이다. 

 

인생2막을 준비함에 있어서 적성과 상관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1막의 삶과는 다른 길을 가야한다. 그중 하나가 ‘앙코르커리어’다. 앙코르커리어는 인생의 본 무대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인생2막의 삶이 관객들에게 여전히 환호와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앙코르 무대와 같다는 의미로 미국 NGO ‘시빅 벤처스’ 설립자인 마크 프리드먼이 쓴 저서 ‘앙코르’에서 언급되었다. 적지만 지속적인 수입이 있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갖춘 인생2막의 일자리를 ‘앙코르커리어’라고 한다. 누가 봐도 인생후반기를 멋지게 장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갖는 일자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해마다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는 퇴직자가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실로 ‘은퇴 쓰나미’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수가 노동시장에 나오다보니 재취업은 고사하고 봉사마저도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은 '아무데나' 재취업이다. 물론 처음부터 아무데나는 아니다. 퇴직 이후에 당당히 인생2막을 위한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냉혹한 현실세계를 피부로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앙코르커리어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그나마 행운이다. 아예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 자체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결국 내가 선택해서 갈 곳이 거의 없고, 선택당하기를 위해 '교육이라도' 받아서 몸값을 올리려는 '교육쇼핑'에 나선다. 하지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일자리마저도 단순노무직이나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마치 불에 타죽을 줄 알면서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 신세이다. 

 

어제와 똑같은 답답한 오늘, 오늘과 달라질 게 없는 내일을 맞이하는 우울함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만 바꿔도 막막하기 만한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잠깐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자.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이 직업의 변화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직업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나 사회 변화 요인 등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일자리가 출현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점차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소셜미디어(SNS)전문가, 스마트영상작가, 스마트폰활용지도사, 스마트폰중독예방전문가 등의 직업이 출현했고, 고령화 시대가 열리면서 노인플래너, 노인스포츠지도사, 웰다잉전문가 등이 새롭게 일자리로 자리 잡고 활동 중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직업세계의 변화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고, 누군가는 새로 나타난 일자리에 종사하면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변화를 읽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희망찬 인생2막의 삶이 기다리고 있고, 변화에 둔감하거나 눈 감고 있는 사람에게는 막막한 기존 일자리 주변을 맴도는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러한 새로운 일자리나 직업을 만들고 종사하는 걸까? 정답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단,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간파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관심분야에서 변화에 맞게 새롭게 직무나 기술, 역량 등을 키워나가야 가능하다. 그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거리가 늘어나게 되고, 어느 순간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창직(創職)’이라고 일컫는다. ‘창직’의 본질은 단순히 ‘직업 만들기’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따라 나를 변화시켜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인생2막을 준비함에 있어서 ‘창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창직’을 실천하느냐의 문제이다. 세상이 변했음에도 나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창직을 실천해보자. 밥맛이 달라질 것이다. 당장 오늘이 즐거워지고 내일이 기다려질 것이다. 질질 끌려 다니는 서글픈 인생에서 사회를 의미 있게 이끌어가는 신명나는 인생으로 바뀌어가는 삶을 누려보자.

 

 

인생2막을 위한 창직은 앙코르커리어 분야가 제격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 중에서 갈수록 사회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나타나는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사회문제는 상시 존재한다. 소소한 주변문제부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너무나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면서 미래의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하는 창직 활동은 어떨까? 최근에 나타난 앙코르커리어 창직 사례를 소개한다. 

 

제품 디자인과 광고 기획 전문가였던 홍성화씨는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인생2막의 인생을 계획하던 중, 1인 가구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학교의 환경 유지·보수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할 일자리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서 적극적으로 창직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와 (사)한국창직협회가 공동주관한 '창직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창직 역량을 키워가면서 차곡차곡 준비한 끝에, ‘주거교육환경안정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고 2016년 ‘수다나무 주거교육환경안정관리사협동조합’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양천구와 구로구에서 관내 소재 초중고의 교육환경 개선은 물론 소상공인의 매장이나 주거환경을 바꿔주는 등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 있는 활동에 동참하는 조합원이 늘어가고 있고, 타 지자체나 학교에서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주거교육환경안정관리사인 홍성화씨처럼, 인생2막의 나의 일자리를 기존의 꽉막혀있는 직업이 아닌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통해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일자리로 만들어가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어차피 필요한 일자리, 누군가는 꼭 만들 일자리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두려워말고 당장에 나의 변화부터 만들어가기 시작하자. 창직에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