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 출구 앞 기둥에 ‘질문의 크기가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호모쿵푸스 공부의 달인>>책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 때 주저함이 없이 그 책을 사서 어디에 쓰여져 있는지 확인해 본다.

호모쿵푸스는 공부하는 인간을 의미하며,

이 문구는 공부란 세상을 향해 질문의 그물망을 던지는 것이란 내용과 함께 초판 머리말에 기록되어 있었다.

질문은 호기심에 의해 유발된 궁금증과 의문점이 말과 글로 표현 된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다”고 하였고,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단지 열렬한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으면 답을 찾으려 하고, 더 많이 배우려 하고, 더 많이 참여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 한다.

호기심이 충족되면 삶에 여유가 생기고, 삶에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도전이 자연스러워지고, 새로운 호기심이 계속 일어난다.

호기심은 인생을 흥미진진하게 해 주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준다.

그렇다면 호기심이야말로 50+를 살아가는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호기심을 자극하는 노년·노후·은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세미나·심포지움·포럼·아카데미의 현장을 찾아 다녔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서울시 50+재단의 캠퍼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마침 중부캠퍼스가 공덕동에 생겼다.
‘50,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란 표지의 안내문에
<건강한 시민성 회복 프로젝트 50+시민학교>란 주제의 강좌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건강한 시민은 무엇이고, 시민성이란 무엇이며 시민성 회복은 무엇인가?
사회, 정치, 언론, 교육으로 나누어 3월 31일부터 4월 21일까지 4회에 걸쳐 매주 금요일에 진행 되었다.

 



 

 

중부캠퍼스 4층 방석교실은 강의 선생님과 10여명의 참여자들이 신발을 벗고, 앉은뱅이 책상에 쭉 둘러 앉아 생각과 의견 및 반론을 주고 받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첫 시간은 <인구 통계로 보는 한국사회>를 주제로 김동춘 다른백년 연구원장께서 노인,고령화, 비정규직, 1인가구, 청년 실업, 복지, 여성 고용률, 행복지수, 자살률, 사교육비, 양성평등 등을 짚어 주셨다. 통계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통계에서 확률은 내가 해당 되면 100%가 된다. 극단적 상황이 나의 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번째 시간에는 <생활 속 정치 읽기-더 좋은 입법으로 더 좋은 세상 만들기>를 주제로 최병천 정책혁신가(전 국회의원 보좌관)가 국회에서의 입법 현황, 전문가 삼분론(현장전문가, 이론 및 제도 전문가, 연결전문가), 반대를 잘하는 정치와 대안을 주도하는 정치, 네거티브와 파저티브 정치의 비용 분석, 득표율로 보는 한국정치의 변환기적 조짐, 불효자 방지법 등의 내용을 설명해 주셨다. 유럽과 미국의 정치에서 보이는 싱크탱크의 역할, 언론의 발달, 건전한 정당정치의 모습이 한국정치에도 실현될 것인가?

 

세번째 시간은 <비판적 언론 읽기-한국 저널리즘의 역사>를 주제로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께서 언론의 역사적 변천사, 정치와 언론 통제, 언론 독립과 언론 자유, 오늘날 언론의 독립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를 주제로 경험과 사례를 섞어 진지한 강연을 해 주셨다. 오늘 날 한국언론의 기사는 해석에 대한 해석이 필요할 정도인데, 과연 언론이 권력과 금권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것인가?

 

네번째 시간은 <공공성으로 읽는 한국 교육의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주제로 조상식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님께서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비대화, 교육현장의 이념적갈등, 고등교육의 대외 경쟁력 약화, 교육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말씀해 주셨다. 말씀 중에 독일식 공부는 빌둥(Bildung)으로 ‘자기형성(=Self Cultivation)’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다른 의미로는 ‘자아가 세계 속에서 학습’하는 것이란 내용이 있었다. 한국의 계획되고 의도된 교육적 환경에서 빌둥은 가능할 것인가?

 

세미나와 심포지움은 강연자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자기 견해가 깊이 있게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50+ 시민학교의 참석자들이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 삶이란 나이로 배우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몸 속에 이미 정립된 사고와 자기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학교의 매 시간은 강연자와 참여자들이 때론 공감대를 형성하고, 때론 격한 반론이 진행 되기도 했다. 그 견해 속에 참여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일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을 넘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 회차 강의 후에 저녁을 함께 하면서 그간 격론의 과정을 되돌아 보면서 서로 이해를 구하기도 하였다. 나는 이런 모습들이 시민성을 회복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토론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지 좀 더 배워갔으면 한다. 그 방법론으로 교육을 주제로 강연하신 조상식 교수님께서 말씀 하신 보이텔스바흐(Beutels Bach) 합의-1976년 독일 보이텔스바흐에서 극우에서 극좌까지 3000여개 단체가 모여 합의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원칙으로 첫째,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하지 말고 서로 논쟁 하도록 하라. 둘째, 모든 입장을 제시하라. 셋째, 본인의 논점은 자기 이해의 관점에서 피력하라고 한 내용.-를 생각해 본다.

 

시민학교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를 계속해서 진단하고,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음을 이해하였으며, 때론 격한 감정표현에도 충분히 듣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 자기의 주장을 넘어 지나친 반대는 자제하여야 함도 깨닫게 된다.

 

 

논어 옹야 편에 “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낙지자(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 란 말이 있다.

스스로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여 계속해서 참여 하다 보면

점점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생각을 표현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아울러, 건강한 시민은 무엇이고, 시민성이란 무엇이며 시민성 회복은 무엇인지는

여전히 탐구해 보아야 할 영역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김현기 / 신한금융투자 Neo50연구소 소장·상무 
50+시민학교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