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럽게 시선을 끄는 공간이 있다.

 

「모두의 부엌」

 

2017년 여름학기, 그 곳에선 금요일 오후마다 어김없이 쿠키 냄새가 난다.

7월초부터 시작한 [쿠키 만들기를 통한 50+소통연습] 강좌 이야기다.

가족세대통합연구소 서로이음의 이사장 장미나 박사와 강혜원 소장이 이끄는 수업이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쿠키로 만들면서 자신을 소개했던 수업들을 거쳐 작은 축제까지 열었다.

 

강혜원 지도교수는 달나라 토끼를 그린 둥근 접시 모양의 쿠키를 준비했다.

은퇴한 아버지의 변화되는 모습을 생각하며 그려진 토끼는 절구를 찧지 않고 손을 올린 모습이었다.

열심히 일을 했으니 그만 놀면서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ㅣ어떤 쿠키를 만들까

“오늘은 돌돌 맙니다. 열심히 말아봅니다. 머리를 써서 말아봅니다.”라는 신호탄과 함께

도마 위의 밀가루로 만든 네 가지 색 반죽 덩어리를 가지고 쿠키 만들기가 시작됐다.

각자가 어떤 쿠키를 어떻게 만들까 생각하는 가운데 바둑판 무늬에서부터 연필모양까지 요령을 제공했다.

강교수는 “지난 주 까지는 내 것 만들고 갖고 가기 바빴다면 오늘은 나눔의 시간이다.”라며

드실 분을 떠올리며 쿠키를 만들고 만든 쿠키에 이름까지 지어줄 것을 당부했다.

마주 앉은 수강생들은 반죽을 굴리고 접으며 자기가 만드는 쿠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화전, 김밥, 연필 등 여러 형태로 작품 만들기에 열중했다.

 

 

 

 

 

ㅣ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 관계의 힘

쿠키가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장미나 박사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유명인 이효리가 개념의 아이콘이 되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 배우자가 큰 역할을 했다.

나와 관계를 맺은 여러 사람 중 누구와 행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옆 사람의 행복을 결정한다. 여기서 만나는 동료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굉장한 인연이다” 라며

관계의 힘과 소중함을 강조했다.

 

 

 

 

ㅣ나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종이를 한 장씩 나눠 가진 후 ‘나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를 떠올렸다. 나를 셀프로 칭찬하며 장점 10가지를 적어보기로 한 것.

“부끄러워요.”, “한 가지도 없어요.” 라는 몇 사람의 솔직한 고백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한두가지씩 각자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내용에 따라 만들어진 쿠키에도 이름을 붙였다.

수업 전 갈등상황에 있던 사람한테 화해의 소식을 받았다는 한 분은

“대부분 내 첫인상을 차갑게 보지만 웃을 때는 편안해지고 지낼수록 친근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오늘의 쿠키 이름을 화합이라 지었다고 설명한다.

조그만 일에도 잘 감동한다는 웃는 얼굴의 소유자는 조화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상대방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YOU 心(심) 라는 글자를 생각해내고,

어떤 수강생은 넣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김밥을 말하며 어울림이라 지었다.

접시 위에 생각했던 모양대로 나온 나의 쿠키와 덕목이 붙은 쿠키를 담고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아내, 자녀와 관계,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한다는 한 수강생은

“남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면 가족 관계도 좋아지리라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이번 수업에 참여한 동기를 밝혔다.

이에 강혜원 교수는 분류하고 앞·뒤 상황을 쪼개어 보는 것이 부모가 가진 장점이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시간 개념이 자유로운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한 수강생에게는

“시기를 기다리는구나!, 힘을 모으고 있구나! 라는 표현을 해주면 좋다. 가족한테 존중받으면 큰 힘이 된다.”며

기질과 협업하는 기준을 가져보도록 권했다.

 

 

손으로 쿠키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속내를 털어 놓고 서로에게 격려의 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달달하고 말랑말랑해진 분위기와 함께하는 소통의 연습은 끝나는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마치고 모두의 부엌을 나오는 수강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과연 쿠키와 소통이 어떻게 접목될까 궁금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달콤한 냄새로 먼저 기분을 좋게 해주는 수업이 아주 만족스럽다.

두 시간 반의 수업이 너무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고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일정이 있어 마지막 수업에 빠지게 되는데

그림을 그리고 바탕색을 칠한 후 그림을 완성 못한 느낌이라 아쉽다."

 

쿠키 냄새가 향수보다도 더 진하고 기분좋게 느껴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