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50세가 되면서 겪었던 일이다. 공식적인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치자 고민이 되어 잠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곤 했다. ‘뭘 하고 살아가지?’ 이 고민은 온전히 생활에 대한 고민이었다. 100세 시대를 논하기 시작한지 오래되어,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의 평균 수명이 120세 까지 연장된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 남은 시간은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의 시간인데,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지?’ 갑자기 내 마음이 급해졌다.

 

50대 이후의 여가활동은 생활 관리인 셈이다.

윌리엄 새들러(W. Sadler)는 그의 책 「서드 에이지(Third Age)」에서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장수혁명으로 새롭게 생겨난 40대에서 70대까지의 3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 기간을 제3연령기라고 명명한 것인데, 놀랍게도 그의 책에서 가정한 평균 수명은 80세이다. 물론 그의 책에서 말한 대로, 건강하고 성공적인 노후의 삶을 위해서는 최소한 40대 이후부터 준비를 해서 70대 이후를 맞이해야 한다. 이때 준비해야하는 생활준비란 무엇인가?

 

즉 50세에 준비해야하는 것은 나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갑자기 은퇴를 하거나, 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거나, 곁에 있던 자녀가 독립하여 떠나가게 되면서 50대의 삶은 새로운 생활방식을 필요로 하게 된다. 더 이상 30대처럼 하루 종일 나가서 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안에만 앉아서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만 하고 지낼 수는 없다. 일하지 않는 자유 시간 동안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 즉 여가활동을 생활 속에서 찾아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연습 없이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50대 이후 여가활동과 여가시간은 생활 관리이고 시간 관리인 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듯이, 여가활동은 보통 시간이 있다고 해서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서 활발히 하게 되지는 않는다. 30~40대 직장생활하고 자녀 키우느라 자기 시간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이 은퇴하고 자녀를 독립시킨 다음 곧바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하고 싶었던 활동이나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다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일 당황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은퇴 전, 또는 자녀를 독립하기 전 40대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여가활동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전에, 생애주기 초기부터 여가활동이 지속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여가활동을 통해서 ‘나’를 찾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50대 이후의 여가활동이 그냥 무언가 하고 싶은 활동을 참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50세 라는 시기는 인생의 전환기이고, 이전의 삶에서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면서 ‘자아’를 찾아야만 하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와 같이 나의 모습은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찾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여가활동의 경험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나의 삶을 무용으로 나타내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방식이 50대에서 나를 찾아가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50대에는 나를 찾는 방식으로 여가활동을 체험하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50대부터 새로운 명함을 준비한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건네는 명함에는 보통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나 직위를 나타내는 게 전부였다면, 50대 건네는 명함에는 내가 진정 좋아하는 활동은 무엇이며,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적어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여가활동을 통해서 얻은 새로운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동호회의 이름과 그곳에서의 나의 역할일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해서 ‘~덕후’라고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신나는 일이 있었는가?

 

 

그렇다고 여가활동을 의무감에 하지는 말자

가끔 은퇴한 주변인들을 보면, 그동안 30~40대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녀를 양육할 때처럼 여가생활도 너무 열심히 한다. 어떻게 보면 의무감이나 불안감에 너무 죽어라 매달리는 경향도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는 오래 못 간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살아온 만큼 5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여가는 기본적으로 재미와 자발성에 기초한다. 다시 말해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면 재미를 가지게 되지만, 그 재미적인 요소를 잃게 되면 동기를 잃게 되고 하기 싫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볼링공을 사놓고 정작 볼링은 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동기가 중요하고, 이를 통해 재미를 찾으려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나를 진정으로 찾을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이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활동을 나의 하루 24시간 안에 어떻게 생활화하는가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외로워하지 마라. 곳곳에 당신을 도와줄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있으니. 그 중 하나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일 터이니. 방문해서 도움을 청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부터 해보자. 그래서 인생 후반기에 새로운 재미와 기쁨을 내 삶에서 찾아보자. 내가 잠을 설치면서 찾은 방법도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