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을 것 같아 엄마, 나 택시 타야겠어!” “엄마가 데려다 줄까?” 이른 아침 두 모녀의 서두르는 대화가 나를 깨웠다. “승화야, 아빠가 데려다 줄게. 가자!” 큰 딸 승화는 얼마 전 작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그 동안 퇴근 하고 나면 많이 피곤했을 텐데도 늦은 밤까지 자격증 준비를 틈틈이 해왔다. 요새 특히 회사 업무가 많은 시즌이라, 야근하고 밤 12시가 되어서야 귀가한다.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분야에서 적응 해 나가려는 승화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매우 안쓰럽다. 큰 딸의 전공은 서양화와 디자인이지만, 회계법인 회사에 취업을 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분야이다. 자신의 재능과 연관 되지 않는 곳에서 직원들과 지내면서, 심리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듯하다. 그래도 규칙적으로 출근 할 곳이 있고, 사회에서 할 일이 있다는 자체가 위안이 되는가 보다. 오로지 자신이 맡고 있는 일 자체가 승화 삶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그랬듯이, 우리 50+가 그랬듯이.

 

 

50+가 여가를 만날 때

우리가 갖고 있는 생애 행복자산은 7가지가 있다. 재무적 자산인 ‘ 일, 재무, 사회공헌’ 의 영역이 있고, 비재무적 자산인 ‘가족, 건강, 사회적 관계 그리고 여가’ 의 영역이 있다. 50+의 생애준비에 있어서, 주 관심사는 재무적 자산에 쏠려 있다.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재무적으로도, 또 심리적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50+와 생애 상담을 해보면, 70~80%가 재무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일의 영역, 보람 일자리의 영역’에서 상담을 하게 된다. 필자는 이런 상담이 요구되면 우선 간략하게 라도 ‘재무’상담을 먼저 하게 된다. 이런 일자리의 상담 요구는 내담자가 재무적 자산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한 내담자의 생애에서 일의 시간을 어느 정도 여가로 전환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에서 50+가 가져야 하는 재무적 자산의 주요 포인트를 설명을 하고, 그 자산이 불충분할 경우 준비 할 수 있는 방안을 서로 모색해 본다. 그 대안이 나왔을 때 내담자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여러 번 봐왔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애 행복자산의 7가지 중에서 특히 ‘일과 여가’는 공통적인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다른 자산들과 달리 특별히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둘의 영역은 어느 한 쪽이 많게 되면, 자연히 상대 쪽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다 여가의 영역에 있기 위해서는 일을 줄여야 하는데, 그 외부적 영향의 요소인 ‘재무’를 편안하게 하고 내부적 영향의 요소인 ‘일에 대한 개념’의 전환이다. 이러한 내·외적 요소의 영향을 완화 시키고 나면 그때 우리는 ‘여가’를 만나게 된다.

 

100세 시대를 사는 50+의 지난 50년의 세월을 본다면, 이 사회에 나오기 위해서 고교까지는 12년을, 대학까지는 16년을 준비 했다. 그리고 30여년을 사회 경제활동을 해 왔다. 가족을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그리고 내 가정을 위해서, 모두가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다. 쉼 없이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다. 5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만족스런 부분도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 필자도 삶이 어려웠고, 후회스럽고, 또 잘못된 결정으로 곤란에 빠졌던 세월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지나간 세월이다. 그래도 이렇게 사회에서 새롭게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준비 한다는 것에 감사 할 따름이다. 이제 남은 50+의 세월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삶과 내 인생, 남은 세월이 더욱 행복하고 아름답다면, 우리가 바로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될 것이다. 바로 그 답을 필자는 ‘여가 영역’에서 찾고자 한다. 앞에서 50+가 여가 영역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외부적 영향의 요소의 완화로 ‘재무’와 내부적 영향의 요소로 ‘일’에 대한 개념‘의 전환을 언급했다. 이러한 단계적 절차와 더불어 이제 필요한 것은 바로 여가 활동의 관련 정보이다.

 

 

여가활동의 유형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여가활동을 다음과 같이 8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① 휴식 활동

일상생활에서 피로해진 심신을 회복하기 위한 기분전환 활동

예시) 산책, TV 시청, 음악 감상, 신문·잡지보기, 낮잠, 사우나, 라디오 청취 등

 

② 취미·오락 활동

자신의 흥미에 중점을 두고 자유로운 시간에 즐기는 활동

예시) 수집활동, 생활 공예, 다도, 등산, 미용, 보드게임, 낚시, 애완동물 돌보기, 인터넷 검색, UCC 제작, SNS 관리, 게임 등

 

③ 스포츠 참여활동

심신의 단련과 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활동

예시) 족구 , 야구, 축구 ,테니스, 당구, 탁구, 수영, 요가, 필라테스, 댄스 스포츠, 사이클링, 인라인 스케이트 등

 

④ 사회 및 기타활동

사회공헌, 자원봉사, 친구와의 만남을 위한 활동

예시) 봉사활동, 종교 활동, 동호회, 통화 하기, 문자 보내기, 동창회, 집안행사, 친구 모임 등

 

⑤ 스포츠 관람 활동

각종 경기를 관람만하는 활동

예시) 직접 관람(경기장에 방문해 관람), 간접 관람(TV나 DMB 등의 매체를 통해 관람)

 

⑥ 문화예술 관람 활동

교양 함양을 위해서 문화 예술 공연 등을 관람하는 활동

예시) 전시회, 박물관, 음악 연주회, 연극 공연, 무용 공연, 영화 등

 

⑦ 관광 활동

일상 생활권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낯선 지역에서 체험하는 활동

예시) 문화 유적 방문, 자연 명승 및 경치 관람, 지역 축제 참가, 삼림욕, 국내 캠핑, 해외여행, 온천/해수욕, 유람선 타기 등

 

⑧ 문화예술 참여 활동

문화 예술 공연, 창작 활동, 연주 등 직접 참여하는 활동

예시) 문학 행사 참여, 문예 창작, 독서 토론, 미술 활동, 춤·무용, 악기 연주, 노래 교실, 사진 촬영, 전통 예술 배우기 등

 

다양한 여가활동들을 알게 되면, 당장 하고 싶은 활동들을 찾게 되고 밖으로 나가서 마음껏 나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그동안 시간도 없었고 마음의 여유가 닿지 않아 엄두를 못 냈던 여가활동들을 다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내재된 욕망의 표출인 듯하다.

 

 

 

50+의 행복한 여가

100세 시대가 자주 언급되는 현 사회에 사는 50+의 주요 관심사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나는 몇 살까지 살게 될까?’이다. 이 물음에는 몇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남들이 100세까지 산다는데 과연 나도 그런가?’, ‘남은 수명 중에 나의 건강 수명은 얼마나 될까?’, ‘그 세월 동안에 내가 행복할까?’ 이러한 질문과 의문들은 여가 활동 중에서 ‘건강 여가 활동’의 중요성을 스스로가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이는 관계성의 중요성을 의미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관계성의 대상은 배우자이다. 빈 둥지 증후군을 겪게 되거나 서서히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지게 될 때, 배우자와의 관계성이 주될 것이다. 그래서 부부가 같이 하는 여가 활동도 중요하다. 그리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여가활동의 역동성이다. 왕성한 활동을 필요로 하는 ‘동적형’과 그렇지 않은 ‘정적형’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필자의 친구는 환갑이 지났지만, 지금도 산악자전거를 즐긴다. 가끔 작은 부상 소식을 듣게 되는데, 정적 여가 활동도 병행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독립형’ 활동과 여럿이 같이 하는 ‘상호형’ 활동을 구분해서 병행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 혼자만 있게 되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게 된다. 혼자서도 잘 즐길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한 여가 그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둘째, ‘그 때 까지 무엇을 하고 살게 되나?’이다. 여가의 영역에 있기 위한 외부적, 내부적 요인의 완화는 앞에서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또 하나의 질문과 의문은 ‘사회공헌의 여가 활동’에서 그 답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 및 국외의 다양한 영역에서 펼쳐지고 있고, 새로운 환경에 진입하게 되면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내가 선택한 여가의 활동이 새로운 커리어로도 연결이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여가 활동을 ‘일상적 여가’와 ‘경력형 여가’로 구분할 수 있다.

 

 

50+에게 여가란

지금까지 50+가 고려해야하는 행복한 여가의 유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큰 딸 승화를 시험장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송출되는 CBS 라디오 ‘변상욱의 이야기 쇼’를 들었다. 초대 게스트로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의 저자 원유 작가가 나왔는데, MC와 게스트의 대화를 들으면서 여가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를 지내 오면서 주변 환경에 대한

생산적인 것만 생각하고 살아 왔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무슨 일을 할지 열심히 찾았죠.

그런 것을 안 하면 무슨 죄를 짓는 듯한 죄의식도 있었고요.

이제는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나의 생활 ,행복 이런 것들을 생각해야할 때라고 봐요.”

 

50+는 지금 이곳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제는 우리의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 진정한 휴식은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바로 여가 활동에서 찾는 것이다. 일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해서, 50+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50+에게 여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