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일상에서 즐기기
“닐리리야~닐리리야~” 남편이 부는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나도 모르게 저절로 춤을 추며 노래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신이 난 이유는 내가 남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다 포기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박치, 음치에 가까운 남편이 어느 날 하모니카를 배우더니, 복습과 예습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입술이 다 부르텄다. 60대인 우리 부부가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활동의 모습이다.

 


부부가 함께 즐기는 ‘닐리리야’

 

“오늘은 한강 갈까?” “그럴까?” 둘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가는 길목마다 봄이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벚꽃, 개나리, 튤립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백일홍이 함께 피어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울긋불긋 단풍이 도란거리고, 겨울에는 하얗게 눈이 쌓인다. 한강에 다다르면 잔잔하게 넘실대는 물결에 내 마음속 물결도 일렁이면서,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외친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6월과 10월에는 한강 물과 안양천 물의 합류 부분에서 숭어 떼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가는데, 자연의 이치에 감탄이 절로 난다. 자전거를 떠올리면, 많은 추억이 어른거린다. 남편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며 미숙한 내 자전거에 끈을 연결해 끌어주던 일, 여의도 공원 자전거길 옆 백송의 자태, 하늘공원의 억새, 한강 따라 팔당교 가기, 아라뱃길 따라 서해바다 가기, 남한산성 가기 등등 자전거 하나로 사시사철 즐겼던 추억들이 수없이 많다. 자연스런 현상의 일부이지만, 60문턱을 넘어선 우리 부부는 언제부터인가 실컷 잠잔 것 같은데 눈을 뜨면 이른 새벽이다. 서로 약속도 안했는데 주로 독서를 한다. 글을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하며 내재화 시킨다. 도서관은 책을 통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라 생각한다.

 

 

 

‘문화의 날’ 즐기기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에 우리 부부는 함께 여가활동을 즐긴다. 창경궁 후원(*후원은 ‘문화의 날’에도 별도 입장료 있음)에서 남편은 임금이 되고 나는 왕비가 되는 상상 체험을 하니,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화문을 나와 오른쪽 돌담길을 따라 북촌 한옥 마을을 음미하며 거닐어 보고, 삼청동을 거쳐 경복궁으로 간다. 경복궁의 경회루에 머물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다. 경복궁 모퉁이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하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음악데이트’ 공연들은 작지만 은은한 울림을 준다. 광화문을 거쳐 덕수궁 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무료 관람도 한다. 예를 들면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 중 신여성 화가 나혜석,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이난영, 문학가 김명순, 여성운동가 주세죽의 전시를 보면서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흥미와 재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여가 활동에 몰입하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경희궁을 돌아보면서 임금과 왕비의 상상 체험은 막을 내린다. ‘황금, 소금, 지금’ 3금 중에서 ‘지금’ 누릴 수 있는 여가활동들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경복궁 경회루 (사진 출처: 문화재청 경복궁 홈페이지)

 

서울 즐기기
나는 여의도 공원을 참 좋아한다. 우리 부부는 매년 여의도 벚꽃 축제 때마다 여의도를 거닐며 즐긴다. 선유도공원의 운치는 볼 때마다 공원 설계자의 철학이 느껴지는 생태적인 곳이다. 인디서울 독립영화 즐기기, 서울 숲 즐기기, 남산골 한옥마을을 거쳐 오르는 남산 둘레길 등은 서울 시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다.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안산, 북악 하늘길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책이 아닐까.

 

부부가 따로
우리 부부는 주 7일 중 4일은 함께하는 여가, 3일은 따로 하는 여가를 실천하는 편이다. 나는 매주 이틀은 남부캠퍼스에서 50+컨설턴트 역할을 한다. 동년배 상담 7대 영역(일, 사회공헌, 가족, 사회적 관계, 여가, 재무, 건강) 중에서 가족, 건강, 여가 상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나의 전공에 부합되고, 매월 57시간 활동으로 보람도 얻는다. 매주 하루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개인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틈틈이 수영하기, 걷기, 친구 만나기, TV 보기, 잠자기, 명상하기 등 나의 여가 생활에 몰입하면서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앞서 말한 부부가 같이 하는 여가 활동을 각자 해도 충분히 좋다. 여가활동에 대한 50+세대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을 앞서 제안했다.

 

따로 또 같이의 미학
부부가 여가활동을 함께하면 부부 간 대화가 많아지게 된다. 대화가 늘면서 정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친밀해 진다. 여가에 지출하는 비용도 함께 논의하니, 가계 경제에 맞게 합리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갈등의 원인은 서로에 대한 기대가 높거나 예상보다 만족감이 낮아져서가 아닐까. 이럴 때는 ‘갈등은 자연스런 일이야’라고 받아들이며 절충안을 찾으면, 부부 여가활동은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 한편, 부부가 여가활동을 각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다. 일종의 자아실현으로서 만족을 느끼면서, 지속적으로 여가활동을 이어갈 수도 있다. 나의 여가활동 중 일부는 로버트 스테빈스(Robert Stebbins) 교수가 말하는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와 연관된다. ‘진지한 여가’란 지식, 기술, 경험을 기반으로 일정한 경력을 갖게 되면서, 사회봉사나 타인과의 교류 등 일과 연결될 수 있는 여가활동을 의미한다.

 

 

나에게 여가란 삶이다
나에게 여가란, 삶이자 새로움이자 종합 책이다. 여가생활을 통해 인생을 높이, 넓게, 깊게 볼 수 있다. 향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50+의 여가시설, 여가교육, 여가산업, 여가 전문인력 양성의 중심이 되길 바래본다. 그동안 너무 애쓴 50+세대여, 이제부터 가까운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로, 공원으로, 도서관으로, 고궁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면 어떨까. 함민복 시인의 ‘섬’으로 못 다한 표현을 대신한다. 

 

                          함민복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