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 W

 

서울에 살면서 남산에 오른 적이 별로 없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불렀던 애국가의 남산과 저 소나무는 잘 있는지 나와는 상관없이 살아 왔다.

목청 높이 불렀던 애국가의 남산과 소나무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없었다.

 

남산

 

 

‘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 W’(윤영애, 오미정)은 말한다.

 

“마음을 두고 보아야 보인다.

백년을 살아도 지나치면 안보이고, 안보이면 있어도 없다.”

 

꼭 남산이나 소나무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보면 정겨운 친구가 되고,

마음을 두고 우리 주변을 보면 무수한 흔적들이 역사이고 유산으로 보인다.

 

고분과 롯데타워

 

 

그래서 그들의 주변인 잠실(蠶室)을 마음을 가지고 따라 가 보았다.

잠실은 우리 머릿속에 땅값 비싼 강남으로 담겨있다.

롯데타워와 롯데월드, 석촌호수가 먼저 떠오르고 쇼핑, 엔터테인먼트만 머리속에 남겨진 사실이다.

그들이 말하는 마음을 두고 보면 잠실은 한성백제 베이스캠프 흔적들이 많다.

몽촌토성, 풍납토성, 방이·석촌동 고분 등이 서울 600년이 아니라 서울 2000년의 발원지가 된다.

그 외에도 마음으로 다시 보게 하는 것들이 많기도 하다.

 

 

석촌돈 2호분

 

 

국사 시험에 잘 나왔던 병장호란의 슬픈 역사의 상징인 삼전도 굴욕비도 석촌호수 서호 한켠에 서 있다.

삼전도비에서 병자호란 1636년부터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독립문이 세워질 때까지,

그 긴 세월(260여 년간) 민초들이 겪었을 고난과 고통의 마음을 보는 듯했다.

 

삼전도 굴욕비

 

 

이러한 것들이 강남 송파에 대한 피상적인 기억과 생각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강남 송파 토박이들로 구성된 ‘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 W’은 그들의 주변을 마음으로 다가 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칫 흘려 보낼 수 있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오래 전부터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나와 주변의 기록이 세계사이고 미래 유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는 작업으로 이번에 발간한 소책자를 ‘잠실 걷다’를 통해 주변의 이야기와 마음을 빼곡하게 전하고 있다.

‘문화와 성장하는 사람들W’은 이를 기점으로

‘풍납동 걷다’, ‘석촌호수 걷다’, ‘송리단길 걷다’, ‘올림픽 공원 걷다’를 기획하고 있다.

 

잠실 걷다

 

 

마음을 여는 것이 어디 우리 주변뿐이랴!

우리 관계도 열린 마음으로 바싹 다가서야 서로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문화를 축적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미래의 문화유산을 만들어가며 우리는 문화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