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세대가 떠올리는 추억의 뉴스는 아마 ‘대한늬우스’일 것이다.당시와 비교해보면 요즘 뉴스는 최첨단 기술 덕분에 시각적으로 다양한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앵커의 말투와 톤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런시대의 흐름에 역주행하며 7080 레트로 뉴스를 제작하는 젊은이들이있다. 바로 ‘스파-크 뉴우스’의 이화원(19), 정광석(33), 배욱진(34) 씨다.

 

 

서울문화재단이 각 분야 영상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만들어가는 온라인 방송국 ‘스팍TV’. 매주 요일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상 속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중 한 주의 시작, 월요일마다 독자들을 만나는 ‘스파-크 뉴우스’ 채널. 정갈한 2대 8 가르마에 금테잠자리안경을쓴 앵커 배간지의 투박한 외모와 멘트가 압권이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레트로풍 뉴스를기획한 이화원 PD는 이제 갓 미성년자 딱지를뗀 대학 새내기. 셋 중 막내이지만 팀장을 맡아기획을 비롯한 영상 편집 등을 총괄하고 있다.1999년생인 그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시절,그야말로 기억조차 없는 옛 감성에 꽂힌 이유는무엇일까?“요즘은 다들 차별화된 것을 추구하잖아요. 다른 것, 그 다른 것과는또 다른 것, 그렇게 계속 다른 무언가를 찾는데 매일 새로운 것들이쏟아지는 세상에서는 뭘 해도 크게 차별화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과거를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미래가 새로운 것처럼,1970~80년대의 모습도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인 거죠.이미 그 시절을 살아온 어른들에겐 진부할지 모르지만, 저에겐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30~40년 전 뉴스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 비율을 4대 3으로 맞추고, 화질이나 음질을 일부러 탁하게 떨어뜨려보기도 했다. 무엇보다중요했던 건 앵커 배간지의 멘트와 비주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과거 뉴스 영상을 보고 스타일을 연구했고, 재래시장에서 옷과 소품을골라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앵커로 활약 중인 배욱진(배간지) 씨는 “삐까뻔쩍한 것들을 보면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듯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평소 낡고 오래된 것들에 관심이 깊었다고 말한다.그는 자신의 취향만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레트로 열풍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촬영 때 쓰려고 동묘와 황학동 시장에서 1980~90년대 트레이닝복이나 ‘88올림픽’ 로고가 있는 옷들을 사려고 보니 굉장히 비싸더라고요. 이미 힙스터(hipster, 유행을 좇는 사람)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거죠. 그런 트렌드 덕분에 젊은 친구들도 저희영상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저 옛것을 따라 한다고 해서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표현할수는 없다. 낡았지만 신선하고, 익숙하지만 흥미롭고, 촌스러우면서도 요즘 말로 ‘힙’(hip)한, 복합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관건. 배욱진 씨는 “단순히 오래된것의 복원이 아닌 패러디에 주안점을 뒀다”고설명했다.“레트로를 표방한다고 하지만 아예 원본 그 자체를 따라 하는 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그것을 한 번 재해석하거나 살짝 비틀어보려 했죠. 예를 들어 옛날 영상이나 광고에서 요즘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걸 보면 굉장히 원색적이거나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할만한 내용이에요. 그런 부분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주려 했어요.”세 사람의 고민 끝에 탄생한 ‘스파-크 뉴우스’는 올해 6월 첫선을 보이며 독특한 설정으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있는 셈이다.

 

촬영을 담당하는 정광석 감독은 거듭 새로운 창작물을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처음에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데 앞으로 저희 콘텐츠에 독자들이 익숙해지면 초반에 느꼈던 참신함이 점점 사라질까봐걱정이에요. 뉴스 진행 자체가 옛날 방식이라 다소 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리포터 영상을 더하거나 청군 백군 머리띠 하고 가을운동회처럼 야외촬영도 해서 넣어볼까 합니다.”잠시 화제를 전환해 중장년에게 권하고 싶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알려 달라고 하자 입을 모아 ‘을지로 커피한약방’을 꼽았다. 배욱진씨는 “다른 레트로 공간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해 지나치게 트렌디한 느낌이 강한데, 이곳은 자연스러운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곳”이라며 중장년 방문객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광석 감독도 한마디 덧붙였다.“커피한약방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부모 세대(중장년)가 방문하면 커피값을 받지 않는 이벤트를 하는 날도 있는데, 그만큼 윗세대가 이러한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역시 그런 점에 공감하고, 많은 중장년분들이 저희 뉴스를 통해 정보도 알아 가시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셨으면 해요.”레트로에 열광하는 현대인, 과연 그 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스파-크 뉴우스’의 간판 앵커 배간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파리의 황금기는 30년 전이었어’,‘파리의 황금기는 그때(과거)였어’라는 식의 대사가 계속 나와요. 그렇게 계속 현대를 살면서도 전 세대를 그리워하는 거죠. 우리가 현재의 과거를 그리워하듯, 미래엔 또 그때의 과거를 그리워하게 될 거예요.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과거의 어떤 풍요로움을 상상하고 갈망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 아닐까요?”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