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있습니다. 며칠 전 아스피린이 심장병예방 효과도 크지 않고 오히려 출혈 등부작용이 많다는 외신이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내 언론에선 ‘아스피린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외신 내용을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저에 대한 일부 의사들의 비난이시작됐습니다. 제가 아스피린에 대해맹목적 찬양을 했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2018년 5월 초 제가 올린 동영상입니다. 유튜브에서 ‘비온뒤’를 검색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쟁점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출혈 등 부작용이 많다?

뇌출혈 등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겁을주더군요. 그런데 묻고 싶습니다. 부작용 없는 약이 있나요? 그렇다면 교통사고 무서워 자동차도 타면 안 될까요? 그리고 아스피린의 치명적 출혈부작용이 흔한 일일까요? 아스피린이전 세계에서 의사 처방 없이 슈퍼마켓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떤 분들은 아스피린을 먹으면 수술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피가 멎지 않는 게 이유랍니다. 이는 잘못된 사실입니다. 지혈을 방해해 수술 시 약간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있지만 수술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건아닙니다. 조지 부시나 트럼프도 아스피린을 매일 먹는다고 언론에 공개한바 있습니다. 이들은 국가 원수입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주치의들은 왜 아스피린 먹도록 허용한 걸까요? 상식적인 판단이필요합니다. 외신 내용을 다시 살펴볼까요? 1만9000여 명을 5년 동안 관찰했습니다. 아스피린 복용 그룹에선 해마다 1000명 중 8.6명꼴로 심각한 출혈 부작용이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아스피린이 아닌 가짜 약을 복용한 그룹에선 1000명중 6.2명꼴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절대 숫자로 따지면 1000명이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했을 때 2.4명이 추가적으로 더 출혈이 발생한 것입니다. 아스피린 먹으면 난리 날 것처럼말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확률은 아닙니다. 부작용을 무시하자는 게 아닙니다. 바람직한 의사라면 아스피린에 이러한부작용이 있으니 출혈 경향이 있는 분들을 파악해 먹지 못하게 하고 그렇지않은 분들은 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것입니다.

 

FDA에서 1차 예방 인정한 적 없다?

1차 예방이란 건강한 사람이 심장병 예방 목적으로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 것입니다. 2차 예방은 과거 심장병 전력이 있는 분들이 재발 방지 목적으로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스피린 소량(75~100mg) 매일 요법에 대해 2차 예방은 누구나 인정하는, 즉 교과서에도 나오는 정설이지만1차 예방에 대해선 의사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FDA는 1차 예방 목적의 복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이러한 FDA 기준을 근거로 저를 공격합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지 1차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지 말라(must not)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FDA는 권위 있는 기관이지만의약품 판매 인허가와 관련한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합니다. 일선 의사들의구체적 처방기준, 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곳이 아닙니다.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해석은 제 동영상에서 소개한USPSTF입니다. USPSTF는 분명히 50~69세의 건강한 사람도 심장병 발생 확률이 10% 이상이라면 아스피린매일 요법을 권고하는 게 옳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외신에서 부작용만 많았다?

가이드라인은 한 가지 연구 결과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아스피린이 심장병은 물론 암 예방 효과도 있다는 사실은 10여 년 전부터 수십 개의 논문을 통해 일관성 있게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의학에 100%는 없습니다. 심지어 담배가 건강에 좋다는 논문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예외가 제법 있다는것입니다. 문제가 된 이번 외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침소봉대하면 안 됩니다. 이번 논문은 일단 신뢰할 수 있습니다. 저명한 의학저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연령입니다. 이번 연구는 주로 70세 이상의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진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USPSTF 가이드라인에서는 70세 이상 고령 인구에게 아스피린 매일 복용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역학적 증거가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70세이상의 고령자들은 심장병 등 질병 발생에 노화가 크게 관여하므로 이를 아스피린 하나로 극복하는 건 역부족이라 판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외신 보도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기존 가이드라인을 뒤엎는 새로운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아스피린 매일 소량 요법을 시행하고있는 분들이 부작용 때문에 혹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중단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언론에선 연령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고마치 아스피린 매일 요법을 하면 안 된다는 뉘앙스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일입니다.

 

 

500mg 판매 중단이 별것 아니다?

제가 가장 개탄스럽게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즉 아스피린 외에 다른 진통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이가 없습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아스피린 판매 중단의 심각성을 의사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고 비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심장병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입증된진통소염제가 아스피린 말고 또 있나요? 몇 번이나 지적했지만 아스피린의이러한 효능은 평생 용량 누적 경향을보입니다. 즉 매일 소량 요법뿐 아니라감기몸살이든 관절염이든 기왕이면아스피린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들은 2년 가까이 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걸까요?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아스피린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위궤양을 줄이기 위해 코팅처리한 제품도 있고 물 없이 혀에서 녹는 제품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이러한 아스피린을 즐길 권리가있지 않을까요?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