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잠전초등학교(송파구 잠실동 229) 인조잔디 운동장 안. 점심시간을 이용해 바깥 활동을 하려는 초등학생들로 운동장은 북적였다. 눈에 확 띄는 노란조끼에 주황색 모자를 쓴 어른 한 명이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아이들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머리를 쓰다듬는가 하면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운동장 한쪽에 있는 등나무 아래 탁자와 의자 위를 뛰어 다니며 장난치는 아이는 없는지, 후문 현관 아케이드 쇠기둥에 매달려 멀리 뛰기를 하는 아이들은 없는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뛰다가 넘어지는 아이들은 없는지를 살피느라 40여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운동장 구석구석을 돌며 끊임없이 살피고 또 살폈다.

 

 

 

 

안전 쌤이 오시고 나서부터 운동장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어요

 

지난 5월부터 서울잠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교내 안전을 살피는 활동을 시작한 강영구 학교안전관리서포터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 동안,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동장과 학교 구석구석을 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오전 10시 30분부터 10시 50분까지의 중간놀이 시간 20분과 12시 20분부터 오후 1시까지의 점심시간 40분 동안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 그의 주된 활동이다.

담임선생님의 특별한 요청으로 운동장에 나오는 자폐아동 한 명을 살피는 것도 그가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활동이다. 늘 그의 시야에 두고 살피는 것은 물론 말벗도 돼 주고, 중간 놀이시간과 점심시간이 끝나면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교실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이 학교 교장선생님은 “안전 쌤이 오시고부터 운동장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어요.”라며 강영구 학교안전관리서포터의 활동에 감사함을 표했다.

 

운동장에서의 활동이 끝나면 그는 5~6학년 교실이 있는 학교 3층과 4층 교실과 복도를 조용히 둘러본다. 남녀 화장실이나 구석진 곳을 지날 때면 두 귀를 쫑긋 세워 무슨 일은 없는지 더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노란조끼를 입은 학교안전관리서포터가 늘 운동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하교 한 후엔 복도와 계단, 운동장과 학교 안쪽 담 등 교사(校舍) 구석구석을 더 꼼꼼히 둘러본다.

 

강영구 학교안전관리서포터를 아이들은 ‘안전 쌤’ 혹은 ‘미소 쌤’이라 부르며 따른다. 안전 쌤은 학교안전관리서포터라서 그리 부르는 것이고 미소 쌤은 늘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는 기본이다. 학교에 남아 달리기대회 연습을 하는 5·6학년 아이들에게는 엄지척을 날려 주기도 하고, 수련회 때 선보일 장기자랑을 연습하는 5학년 여학생들에게는 안무가 멋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운동장에 나 온 축구부 아이들에게도, 기계체조를 잘 하는 아이에게도, 친구와 줄넘기 연습을 하는 아이들에게도 ‘안전 쌤’은 친근한 대상이다. 칭찬과 격려 한마디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아이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학교안전관리서포터


50+보람일자리 중 학교안전관리서포터는 학교마다 다니면서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10명의 교육단과 아이들의 등·하교 지도와 점심시간·중간놀이 시간을 지도하는 40명의 안전관리서포터로 나뉘어 활동 중이다. 요청을 한 서울시내 초등학교에 배치된 학교안전관리서포터들은 학교와의 협의를 거쳐 학교 측의 요구에 따라 어떤 활동을 할지 결정된다. 학교안전관리서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이 학교 퇴직 선생님들이라 한다. 

 

“학교안전관리서포터는 아이들을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며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던 퇴직 선생님들에게 적합한 일자리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성실하게 근무를 마치고, 퇴직 후 보람일자리로 다시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니 더 의미 있는 일이죠.”

 

강영구 학교안전관리서포터는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는 일이 학교에 꼭 필요한 일자리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빈틈이 있을 수 있고, 그 틈을 학교안전관리서포터가 보람일자리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