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권50플러스센터 건강코디네이터 인터뷰

 

 

봉사가 천성인 백정애 건강 코디네이터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50+건강코디네이터’는 이런 일을 합니다.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은 치매와 정상노화의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지학습워크북을 활용한 통상적 기억 훈련 및 일상생활 동작 훈련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5070세대 통합형 사회공헌 활동입니다. 

경도인지장애란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이 시간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저하되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보존되어 있는 상태로써 치매로 이행 할 위험이 높은 상태입니다. 

60세 이상이면 각 구청 보건소 또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검사를 받을 수 있고, 치매 진단은 병원이 내립니다. 

경도인지장애-5등급-4-3-2-1 단계로 치매 등급 판단이 내려지는데, 재판정으로 등급이 바뀌기도 합니다. 

건강코디네이터는 이런 진단을 돕기도 하지만, 

가장 낮은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기억력 등 기능 유지를 목적으로 운동과 인지프로그램을 방문학습으로 진행합니다. 

 

올해는 3년차 되는 해로 65명의 건강코디네이터가 

강북, 강서, 금천, 동대문, 마포, 성동, 용산, 중구, 중랑구치매지원센터와 노원데이케어센터에 파견되어 활동합니다.

 

 

 인터뷰어의 소감

  "참 곱고 친절한 분이다. 

건강 코디네이터 인터뷰의 첫 번째 초대 손님이고, 그래서 인터뷰어가 모르는 걸 많이 질문했는데도, 

한결같은 태도로 조근 조근 알려주신다. 인터뷰 시간보다 일찍 와서 기다리는 등, 성실함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1주일에 두 번만 시간 내면 된다고 가볍게 말씀하셨지만, 생판 모르는 어르신을 찾아뵙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부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이 들었다고 꿈을 포기하지 말고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라는 말씀까지, 적극성을 갖춘 본받을만한 50플러스 세대셨다"

 

 

- 어떤 일을 하시다 건강 코디네이터에 지원하게 되었나요?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전래놀이 강사, 교육 강사, 캠프장 운영 지원, 어르신께 물품 나눠드리는 봉사 등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건강코디네이터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81살 되신 저의 어머니가 “내가 사는 데선 어르신 찾아뵙는 일을 많이 하던데, 너도 그런 일 하면 좋겠다.“고 권유했어요.

제가 주변 어르신을 돌보면 내 어머니도 도움을 받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신청했지요. 

 

 

- 교육, 활동 과정에서 처음 생각과 다르네, 하는 점이 있었을 텐데요.

 

경도인지장애가 어떤 것인지 각오하고 왔기에 교육 과정, 어르신 댁 방문하기 등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노인학 등 여러 교육을 받았는데, 치매 어르신을 둔 가족 영화 <엄마의 공책>이 크게 와 닿았어요. 

치매 어르신을 위한 용구를 개발하는 곳, 복지 기관 방문, 치매 부모를 모시는 강사님의 실제 경험담 등도 도움이 되었지요.

양천구에 살고 있어 금천구 끝자락까지 오가는데 2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일주일에 세 어르신을 방문합니다. 

한글과 숫자를 활용한 인지 수업에서 음악과 함께 하는 율동 수업, 종이 접기 등을 어르신과 함께 합니다. 

프로그램은 파트너와 의논하여 담당 어르신에 맞게 짭니다. 어르신의 지나온 삶의 여정을 들어드리는 것도 주요한 일 중에 하나구요. 

 

 

- 어르신의 변화를 많이 느끼시지요?

 

처음엔 자존심 때문인지, 방문도 수업도 달가워하지 않으세요. 

왜 방문과 교육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며 설득하고 가까워져야 하므로, 친화력 있는 성격이 건강 코디네이터에 좋다 할 수 있지요. 

과거는 기억하나 현재는 기억 못하는 어르신께서 자기 삶을 기억할 수 있도록, 칭찬을 많이 하는 게 좋은 수업법이라는 경험이 쌓였어요. 

 

 

- 방문하는 어르신은 어떤 분들인지요.

 

손자와 사는 92세 어르신은 북과 남에 끌려 다니며 군 생활을 했고, 

이후 구두 판매를 52년 하신, 정말 힘든 삶을 살아오신 허리 굽은 분이에요. 

영혼이 어찌나 맑으신지, 그리고 어찌나 공손하신지, 천사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를 부르다 우셨는데, 

그 때 예순 살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내 아버지는 왜 빨리 돌아가셨을까, 

홀로 남은 어머님에게 잘 해드리자 하는 마음이 들어, 어머니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됩니다.  

 90살 할머니와 67살 며느님의 경우, 할머니는 “얼른 죽어야지.”를 입에 달고 사셨고, 며느님은 시모 모시다 우울증에 걸렸대요. 

할머니는 배움이 짧다며 인지 수업은 힘들어 하나 노래와 율동은 잘 따라 하시고, 그림도 그리고 경로당에도 나가며, 천년만년 젊어진 것 같답니다. 

가사도 돕게 되었고, 무엇보다 “죽겠다.”는 말을 안 하게 되었어요. "힘들지요? 몇 명이나 돌봐요?"라며 우리에게도 관심 가져주고, 야쿠르트라도 주려하고, 

우리와 만날 날을 기다리게 되었지요. 며느님은 요양보호사가 되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이 줄다 보니 우울증도 거의 해소된 듯합니다.  

 86세 남성 어르신은 공부를 많이 한 엘리트신데, 처음엔 “이런 걸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라며 우리 교육을 가볍게 여기더니, 

이제는 우리에게 배운 율동을 찍어 달라 해서 경로당에 가서 발표하고, 빨리 다음 걸 가르쳐 달라는 등,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나 귀여운 어르신이세요.

 

 

- 건강코디네이터를 주변 분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치매로 사라져가는 정신을 붙들고, 늦추어 드리는 데 도움 되는 이 일을 많은 사람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몸 건강만큼이나 정신 건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 복지 관련해서 이런 건 고쳐지면 좋겠다 싶은 게 있나요?

 

우리나라는 어르신 복지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어르신에게 여러 혜택을 드리려 하고, 명절에는 선물도 많이 받으세요. 아쉽게도 이런 혜택을 잘못 받아들이는 어르신이 간혹 있어요. 

받는데 익숙하고, 웬만한 혜택이나 선물은 성에 차지 않아 하십니다. 관에서도 중복 혜택 현실을 알고 있으니, 차츰 개선되리라 믿어요. 

 

인터뷰, 글
옥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