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의술이 날로 발달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의술로 해결이 되지 않는 여러 질병 중에서도 특히 치매는 무서운 병이다. 누구라도 일단 이 병의 지배를 받게 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인지 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치매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초기 단계 현상으로 곤혹감을 느끼게 된다. 어찌 되었건 정상인과 치매 환자의 중간 단계에서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이 분야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현장이 있어 찾게 되었다. 다름 아닌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치매어르신을 대상으로 방문하여 인지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을 대상으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현장. 마침 ‘인생 2막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열기로 가득했다.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한여름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는 수강생들. 이들은 서울시 14개 자치구에서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 모두 138명이 4개 조로 나뉘어 매월 6시간씩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직무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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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으로 전문성을 향상시킨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 활동가들은 100세 시대에 걸맞게 50+세대의 은퇴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라이프 사이클을 이해하고 자기 이해를 통해, 인지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삶이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활동을 한다. 경도인지장애 어르신과 함께하며, 주 2~3회씩 월 57시간을 발로 뛰면서 직접 돌보게 되는 것이다. 인지 장애의 경우, 아주 경미한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 치매 초기 증세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보통 이상의 사명감도 있어야 하고 전문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100세 시대 4고(苦)로 빈곤, 질병, 외로움, 역할상실을 말하고 있다. 4고 중에서도 특히 질병이 문제가 되고, 질병 중에서도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인지 장애자가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일 경우,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도 불행을 안겨줄 수 있기에 무서운 질병인 것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조기에 발견하고 돌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빨리 발견하면 인지 학습을 통해 상당 부분 더 이상 나쁘게 발전되지 않도록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지 학습의 주요 활동인 운동, 워크북, 놀이, 만들기를 통해 퇴행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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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현실에서 모두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하기에, 심지어 가까운 가족까지도 환자를 돌보기가 녹록지 않지 않는가. 때문에 심지어 눈치를 받기도 하고 더러는 외면을 받기까지 하는 인지 장애, 주변에서 간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이 직접 현장을 찾아, 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기억 창고의 등불’이 되어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소일거리도 대책도 없이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불행한 이들에게 환하게 불을 밝혀 주고 어둠이 오지 않도록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인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일을 바로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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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33년간 근무하고 퇴직 후,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열중하다가, 2012년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귀국했다는 유백열 씨(67). 그는 그 일로 인해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공부를 계속하여 전공 자격을 획득한 후 본격적으로 ‘50+건강코디네이터사업단’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30여 년간 은행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우연히 여성발전센터에서 교육받고 지금껏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우재숙 씨(여,68).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족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에게 자신의 손길이 닿으면서 호전되는 상황에 만족할 뿐 아니라, 자신도 함께 성장하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현장에서 주 활동을 하는 동안, 장애 상태가 좋아진 92세 할머니 덕분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92세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50+건강코디네이터’인 자신을 거부하는 자세로 만나는 것 자체를 전혀 반기지 않다가, 시간이 다소 지난 지금은 헤어질 때 오히려 섭섭해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고 했다. 활동하며 함께 만든 소품을 벽에 붙여 놓고, 오늘은 선생님이 왜 안 오시지 하면서 문 앞에서 기다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새삼 그분들에게 ‘기억 창고의 등불’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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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갖가지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재의 발길을 돌리면서 우리 사회나 환자 주변, 또한 가족들이 보다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게 되면 고운 치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반면에 주변의 관심이 멀어지거나 돌봄 자체가 없으면 나쁜 치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보다 안정된 관리가 제공되는 사회가 되기를 염원해 본다. 부디 관련 제도와 뒷받침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사회 전반의 불행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50+시민기자단 추대식 기자 (choopr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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