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2023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 EDWARD HOPPER - From City to Coast’(2023년4월20일 - 8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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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 EDWARD HOPPER - From City to Coast 포스터 ⓒ 서울시립미술관
 

미술 애호가들이 2023년에 꼭 봐야 할 전시 중 하나로 꼽은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 EDWARD HOPPER - From City to Coast’가 8월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 애호가 기대대로 ‘얼리버드 티켓’(early bird Ticket. 전시 시작 전 미리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입장권) 10만장이 매진되었고, 서울시립미술관은 밀려드는 관객을 분산하고자 시간 별 입장, 도슨트 사전 예약 등의 방법으로 안전과 쾌적한 관람에 신경 쓰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립미술관 사이트(https://sema.seoul.go.kr/kr/index)를 미리 방문해 사전 고지를 숙지할 필요가 있겠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입장료가 없었는데, 왜 돈을 받느냐.” “지방에서 왔는데 왜 줄을 세우고, 도슨트도 못 듣게 하느냐” 등의 항의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이 공동 기획했다. 뉴욕 휘트니미술관은 에드워드 호퍼 작품 3,000여 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Sanborn Hopper Archive) 자료 4,000여 점을 보유한 작가의 최대 규모 소장처다. “내가 인정받은 것은 휘트니미술관 덕이다.”라고 했던 호퍼가 아내 조세핀에게 유증(遺贈)을 부탁했고, 호퍼의 이웃이자 목사였던 산본의 아카이브도 2017년도에 기증된 덕분이라 한다. 국내 최초의 호퍼전에선 호퍼의 전 생애에 걸친 회화, 드로잉, 판화 등 160여 점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 자료 11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작은 시대 순이 아닌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가의 삶의 궤적을 따른 장소로 구성되어, 도시 일상에서 자연으로 회귀를 거듭하며 작품 지평을 넓혀간 호퍼의 65년 화업을 따라갈 수 있다. 

 

비싼 돈 내고 수고스럽게 들어가야 하는 전시장. 사전 공부도, 도슨트 설명도, 음성 설명 기기도 챙기지 않는다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움은 물론이다. 특히 에드워드 호퍼는 현대 도시인의 고독, 소외, 단절을 그린 미국 작가라는 단편 지식만 갖고 있었다면, 관련 유화보다 풍경화, 판화, 삽화, 드로잉, 아카이브 자료가 많은데 놀라고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우리가 갖고 있는 해외 작가 정보는 일방에 치우친 경우가 많고, 책이나 인터넷 도판으로 극소수를 간접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당연하다.

에드워드 호퍼 전시 도슨트를 맡아 공부한 것을 토대로, 에드워드 호퍼 작품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특징을 정리해본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는 전기가 들어올 무렵인 1882년, 뉴욕 북쪽 허드슨 강변  나이엑에서 태어났고 1967년에, 1913년부터 살았던 뉴욕 워싱턴 스퀘어 노스 3 번가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가와 평생 산 집이 중요한 이유는 두 집을 그린 그림뿐 아니라, 이 곳에서 잉태된 문명으로서의 집과 숲과 같은 자연과의 대립 요소, 기억이나 상상을 덧댄 호퍼식 사실주의 화풍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호퍼는 미국의 경제 부흥과 대공황, 금주령,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꾸준히 활동했다. 전시장 1층에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없는 작가 연보가 시대 상황과 함께 정리되어 있는데, 작가를 이해하는데 시대 상황은 필수라 하겠다. 

에드워드 호퍼만큼 오마주(Hommage. 존경을 담은 모방)와 레퍼런스(reference. 참조, 인용) 많은 작가도 드물 것이다. 그의 그림에 영감 받은 17명 작가의 단편집 <<빛 혹은 그림자>>(문학동네). 필름 느와르(film noir. 우울한 범죄 관련 영화들)를 비롯해, 현대인의 심리와 고독을 주제 삼은 거장 감독들 - 알프리드 히치콕, 빔 벤더스, 토드 헤인스, 테렌스 말릭,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아키 카우리스마키, 브라이언 드 팔마, 마틴 스콜세이지 영화에서 호퍼 그림 구도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Shirley - Visions of Reality>(2013)은 호퍼 그림 13점의 여성 표상을 셜리라는 여성으로 그려낸 활인화(活人畫, tableau vivant)에 다름 아니다. 동업자인 화가들의 오마주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국내 C.F.와 여가수 뮤직비디오도 호퍼 그림을 원용했다. 최근엔 “코로나 시대에 가장 마음을 울리는 그림들”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이러니 “그림 한 점에 천 단어 가치가 있다면, 호퍼의 그림 한 점에는 소설 한 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5살부터 드로잉 실력을 보였는데, 부모는 생계를 이유로 실용미술 위주의 뉴욕일러스트레이팅 학교로 보내나, 호퍼는 이듬해 뉴욕예술학교로 편입했다. ‘학급의 존 싱어 사전트’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으로 장학금과 상을 받는 것은 물론 상급 학교서 가르칠 기회도 얻었다. 호퍼는 화가로 성공을 거두기 전인 40세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간(1906년 ~ 1925년) 각종 광고 삽화, 잡지 표지 디자인, 출판물 등의 삽화가로 이름을 얻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순수 미술 작가의 꿈이 커서 화가들과 사귀려 노력하고, 파리를 비롯한 유럽 여행을 세 번이나 다녀오는 등의 노력을 했다.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호퍼는 아버지의 문학 소양과 어머니의 예술 소양 덕분에 뉴욕으로 가서 연극 등을 보았고, 이는 평생 취미이자 주요 작품 소재가 된다. 

어릴 때 요트 건조(建造)와 항해술을 공부하고, 기차나 페리를 타고 뉴욕으로 통학 한 것은 탈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다리와 같은 구조물(수평 확장), 철도 여행에서 본 풍경 등을 그리게 된다. 호퍼는 “기차를 타고 있으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멈추면 칙칙해진다.”고 했을 정도다. 호퍼는 1925년 기차로 미국을 횡단하고, 1927년 중고 자동차를 구입한 뒤 캐나다, 미국 서부, 멕시코 등을 여행한다. 호퍼의 오랜 지인이자 뉴욕 현대미술관 관장이었던 로이드 구드리치는 “여행에 대한 호퍼의 몰두는 꽤 의식적이었다. 호퍼는 운전을 할 때 그림 주제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고 했다.

호퍼 그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과 그림자다. 호퍼는 빛에 대한 예민한 인지력과 표현력을 갖고 있는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와는 반대로 대부분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빛이다. 어린 시절 드로잉 할 때부터 ”윗부분을 비추는 햇빛은 아래쪽 빛과 다르다고 느꼈다. 2층 빛은 의기양양하다. 그림자도 빛을 발하고, 반사되는 빛도 각양각색이다. 다리 밑에도 특별한 빛이 있다.“고 했을 정도다. 말년에 병상에 누워있을 때, 문병 온 이가 미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좋은 빛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정도로, 빛과 그림자 탐구는 에드워드 호퍼의 평생 탐구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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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의 자화상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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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1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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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2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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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3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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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4 ⓒ 서울시립미술관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easto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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