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癡呆dementia) 관련 영화들이 간과(看過)하거나 외면(外面) 하는 것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뉴스는 부정적인 게 대부분이다. 청년 한 명이 부양해야할 노인 수가 늘고 있다, 노인 의료 보험 재정 부담이 크다, 고독사 노인이 늘고 있다 등등. 서울시50플러스재단 자료실만 들어가 봐도 무시무시한 경고성 자료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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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보건복지부 

 

 

영화 쪽도 마찬가지다. 모든 나라에서 내놓고 있는 치매 관련 영화를 보면 치매 어르신은 일방적 돌봄이 필요한 수동적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돌봄 노동을 간과, 외면한다는 것. 치매는 신체에 병이 없다면,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당사자는 기억하고픈 것만 기억하는 행복한 상태에 머물 수 있지만, 치매 돌봄 가족은 끝이 안 보이는 수렁에 빠져 자신의 인생을 갉아 먹히고 있다는 절망에 빠진다. 특히 경제적, 정서적으로 극한에 내몰린 단독 돌봄 노동자는 간병 살인이나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다. ‘가족 돌봄자의 노인 돌봄노동시간 및 돌봄스트레스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한국여성정책연구원)“'돌봄' 필요한 돌봄 노동자 10명 중 2명 중증 우울증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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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환경연대 

 

 

30여 년 전 미국 서부 종단 열차에서 만난 장년(長年) 여성이 자주 떠오른다. 부모의 간병 때문에 자격증까지 땄다. 형제자매는 결혼하지 않은 내게 부모를 맡기고 경제, 시간 지원을 하지 않았다. 두 분 다 돌아가신 오늘에야 나 홀로 여행에 나섰다. ‘내 지난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겠나라며 울던 미국 아줌마. 영어도 못하는 낯선 동양 젊은이에게 독박 돌봄 노동 세월의 맺힌 한을 호소하던 그녀를 나는 요즘에야 마음 깊이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각국 치매 관련 우수(優秀) 영화를 보며 치매 당사자 입장, 경제적 부담과 돌봄 노동자에의 배려가 없는 비정한 측면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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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 여전히 찬란한(2019)출처 : 영화사 내일 

 

 

끌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의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Les plus belles années d'une vie(The best years of a life)>(2019)은 당대를 풍미했던 로맨스 영화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A Man and a Woman)>(1966)의 노년 후일담이다. <남과 여>에서 30대 남녀 안느와 장은 짧은 사랑 끝에 헤어졌다. 노년의 안느는 장이 치매 요양원에 있으며, 유일하게 안느만을 기억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을 찾아간다.

추억의 스타 아누크 에메(Anouk Aimee)와 장-루이 트린티냥(Jean-Louis Trintignant)의 나이 든 모습을 확인하는 안타까움은 잠깐, 프랑스의 치매 요양원 시설에 충격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영장과 초록 잔디의 너른 뜰, 해 잘 드는 위생적인 실내에서 다정한 보살핌을 받으며 한가롭게 추억을 나눌 수 있다니. 우리나라에 이 정도 시설은 얼마나 될 것이며, 이런 곳에 머물려면 얼마가 있어야 하며,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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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내는 숲출처 : 영화사 진진 

 

 

가와세 나오미(河瀬直美) 감독의 <너를 보내는 숲The Mourning Forest>(2007)은 시골 마을 공동체 요양원을 배경으로, 33년 전 아내를 보낸 치매 어르신과 사고로 자식을 잃은 젊은 여성 보호사의 위령(慰靈) 의식을 그린다.

멀리로는 깊은 숲이, 가까이로는 초록의 다원(茶園)이 둘러싸고 있는 요양원에서 바람, , 물소리를 들으며 함께 밥도 해먹고 공부도 하고 야외로 나들이 다니는 어르신들. 스님과 자상한 보호사들 도움을 받는 마을 공동체 요양원이 우리나라에도 생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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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안녕 출처 : 영화사 ()엔케이컨텐츠 

 

 

나카노 료타(中野量太) 감독의 <조금씩, 천천히 안녕いおA Long Goodbye>(2019)은 기억을 잃어가는 70세 가장을 둘러싼 세 모녀, 손자와 사위의 성장을 그린다. 2년마다 시대 상황(쓰나미, 도쿄올림픽 결정 등)으로 마디를 지우며, 음식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계란말이, 푸드 트럭 카레, 쿠키 등을 먹으며,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등의 책을 읽기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가족의 화목과 시간 나눔은 이상일뿐 현실일 수 없다. 부모 유산이 많다면 형제자매는 싸우기 마련이고, 병원비와 간병을 서로 떠밀다 결혼하지 않은 형제자매에게 독박 씌우거나, 심하면 소송하거나 칼부림 나는 게 리얼이니까.

극 중 모녀가 부르는 사카모토 큐(坂本九)위를 보고 걷자 いてこう가사는 가난한 독박 돌봄 노동자의 마음을 후빈다. ‘위를 보고 걷자 눈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 생각이 나는 봄날 혼자뿐인 밤 / 위를 보고 걷자 번지는 별을 세면서 / 생각이 나는 여름날 혼자뿐인 밤 / 행복은 구름위에 행복은 하늘위에 / 위를 보고 걷자 눈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 울면서 걷는 혼자뿐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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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바 출처 : 영화사 찬란 

 

 

가족보다 게이 연인이 더 잘 보살필 수도 있다고, 해리 맥퀸(Harry Macqueen) 감독의 <슈퍼노바Supernova>(2020)는 말한다. 피아니스트 샘(콜린 퍼스Colin Firth)과 작가 터스커(스탠리 투치Stanley Tucci)20여 년 넘게 사랑하며, 문학과 음악과 별과 여행을 나누었다. 치매에 걸린 터스커는 자신이 온전할 때 생을 마감하게 해달라며, 5분 만에 사랑에 빠지게 했던 장소를 다시 찾는 캠핑카 여행을 주장한다. 젊은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원주택에서, 시간을 함께 했던 가족과 친지들과의 소박한 파티.

풍경도 음악도 연기도 아름다운 영화를 보며, 죽음의 시간을 미리 안다면 이런 마무리 여정도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러자면 캠핑카 장만할 돈과 운전해줄 게이 연인과 이 모든 결정을 축복해주는 지인들, 아직 팔지 않은 전원주택이 있어야겠지. 아름답게 죽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든 미션 임파서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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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출처 : 영화사 프리비전 

 

 

체력이 달리는 노인 부부는 현실적 선택을 할 수 밖에. 미카엘 하네케( Michael Haneke) 감독의 <아무르 Amour>(2012)를 추천한다. 신체 마비와 치매, 언어 장애로 신경질적으로 변한 아내(에마뉘엘 리바 Emmanuelle Riva)와 그녀를 돌보는 남편(장 루이 트랭티냥 Jean-Louis Trintignant)을 통해 고령화 사회와 인간의 존엄, 사랑과 죽음과 부부애를 사색할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지인은 간병 살인은 범죄가 아니다. 신이라도 5년 이상 독박 간병 돌봄 노동을 했다면 간병 살인 충동을 느낄 게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더구나 <아무르>에서 아내는 병원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누누이 말하지 않았나. 평생 사랑한 지적인 아내의 끔찍한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 늙은 남편의 선택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택한 방식이 최선이라고 공개적으로 추천할 순 없겠지만, 국가가 손을 놓는다면 이 방법밖엔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명을 거두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여주인공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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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소원 출처 : 영화사 콘텐츠판다) 

 

 

<죽은 시인의 사회> <피셔 킹> <굿모닝 베트남> <굿 윌 헌팅> 등으로 친근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1951- 2014)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많은 팬을 놀라게 했다. 63살밖에 안 되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테일러 노우드(Tylor Norwood) 감독의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Robin’s wish>(2020)이 궁금증에 답한다.

로빈 윌리엄스의 세 번째 아내인 미망인 수잔을 중심으로 그의 친구, 이웃, 감독 숀 레비, 뇌 전문의 등이 로빈 윌리엄스 말년의 기이한 행동과 자살은 언론의 무책임한 상상과 추측의 거짓 정보들이 아닌, 치료 불가한 루이소체병(Lewy body disease(LBD))때문임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막연하게 파킨스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지 못한 채, 육신과 정신이 급격히 무너져, 불면으로 인해 정상 생활을 할 수 없었고 망상, 환각, 우울, 손도 움직이기 힘들었던 걸 홀로 감당하고 숨겨야 했던 시간들. 이라크 파병 군인을 5번이나 위문 방문했고, 다친 이들 병문안을 꾸준히 가는 등, 마음이 따뜻했던 배우. “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에 이길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던 배우. 루이소체는 치매 중 가장 치명적이며, 현재로선 치료 불가한 병이라고 한다.

 

 

 

 

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easto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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