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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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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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 자율주행차, 빅데이터와 같은 미래의 문제는 열심히 준비하지만, 과거는 생각조차 안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조금 쪼개서 ‘과거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면, 미래를 과거보다 나은 마음가짐과 현명함으로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시간을 조금 쪼개서 누군가를 돕거나 애써 얻은 좋은 경험,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큰 기쁨과 보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자신이 많이 알고 더 노력해야 하므로 궁극적으로 남도 돕고, 자신의 내공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더 나은 마음가짐과 현명함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재난 지역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곳을 돌며 교훈을 얻는 여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고, 논란 중인 사회적 이슈들을 좀 더 이해하고자 남산기억로 해설사 투어를 다녀왔습니다(해설사님이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서 더욱더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남산기억로는 2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1코스(4km)는 장충단공원(장충단비)~통감관저 터~조선신궁 터, 2코스(2.5km)는 남산골 한옥마을~조선신궁 터입니다. 빛과 그림자 중 빛만 보았던 시각에서 벗어나 남산기억로의 의미에 대해 느낀 몇 가지를 요약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코스 간단 설명

 

 

▶장충단비: 1900년 고종황제가 을미사변에 희생된 충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제향 공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현충원인 장충단 공원에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민족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장충단 공원을 벚나무 공원으로 만들고,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사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광복 후에 즉각 철거되었습니다.

 

▶경희궁 숭정전 : 경희궁의 정전(주로 정치를 논하는 건물)인 숭정전은 일제에 의해 철거되어,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정각원이라는 법당으로 사용 중입니다.

 

 

▶통감관저 터 : 식민 통치의 심장부이자,  우리민족을 육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수탈한 통감관저 터입니다. 현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습니다. 국치길이라는 표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게 합니다.

 

▶통감부 터 :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대한제국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1905년에 을사조약을 맺고, 1906년 통감부를 세웠습니다. 그때부터 일제는 주변 열강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본격적인 식민 통치를 시작했고, 1910년 조선총독부 설치를 하게 됩니다. 현재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앞 정류장에 한국통감부·조선총독부 터임을 알리는 표석만이 세워져 있습니다.

 

 

▶노기신사 터 : 일본에는 신사를 지어 전범영웅이나 천황 등을 신으로 섬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노기신사는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노기 마레스케 장군을 일제가 모셔놓은 신사입니다. 신사 입장 때 손을 씻었던 수조와 석재 일부가 잔존해있습니다. 현재 남산원 내에 있습니다.

 

▶경성신사 터 : 1898년 남산 왜성대 근처의 일본 거주민들을 위해 세워진 신사입니다. 현재는 터만 남았고, 숭의여자대학교가 들어와 있습니다.

 

▶조선신궁 터 : 경성 3대 신사(경성신사·노기신사·조선신궁) 중에서 가장 높고 큰 신격을 가졌고, 신사참배 강요가 이뤄지던 곳으로 식민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들어와있습니다.

 

■코스 평가

4시간 정도의 생태관광(에코투어)이 가능했고, 거대한 도심 속 자연의 선물인 남산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일제강점기와 인권말살의 근현대사 속에서 남산이 간직한 어두운 역사를 돌아보며, 조선과 대한제국의 모든 것을 약탈했던 일제(일본 제국주의)를 돌이켜보는 의미 있는 역사탐방이었습니다.

 

역시 가이드(해설사)의 설명 없이 여행하는 것은 집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감상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남산기억로를 배움과 인식이 있는 관광 코스로 추천합니다. 1코스는 실제 3~4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더운 날에는 2코스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몸에서 노폐물과 기운을 좀 빼고 싶으신 분들은 1코스를 강추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알아야 하는 이야기

경제력과 군사력을 잃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은 나라와 국민에게 큰 비극이며, 힘없는 개체가 겪는 시련입니다. 남산기억로는 치욕과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라는 메시지입니다. 일제는 공장 취직시켜준다고 해놓고, 한국의 소녀들을 위안부로 보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을 강제 징용하여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많은 전쟁에 총알받이로 내보냈습니다.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해가고, 한국 역사의 상징물들을 파괴했으며, 수저와 쌀, 사고체계와 영혼까지 모든 것을 빼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사죄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게 아니다. 돈벌이로 갔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합니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면서, 청구권(배상 포함)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완결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끔찍한 고통을 줬던 과거는 잊어버린 채, 오히려 ‘한일합방’으로 한국을 계몽·개화시켜주었고, 국제법으로 볼 때 식민지배는 어떠한 민·형사상 문제가 없으며, 한국이 배은망덕하다고 언론 플레이를 합니다. 하지만 한일청구권협정은 결코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성』에 대한 인정과 책임의 협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은 국제법상 사례가 없으며 한국 정부의 무능력과 책임을 일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소인은 잘못을 하면 반드시 둘러댑니다.

 

일본은 영토분쟁(독도), 역사왜곡(위안부), 수출입규제, 대규모 군비확충, 한국의 국제기구 진출 방해 등 여전히 한국 재수탈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진실한 반성으로 모든 것을 다시 회복하는 길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만,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배우지 않으면 몰라서 못 합니다. 배우면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이를 행하는 사람(기업·나라)에겐 새로운 삶이 연속됩니다.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악이 승리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선한 자들의 무관심과 무식이라고 합니다.

 

거창한 것들만 역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서민들의 어려웠던 실생활이나 불행한 역사도 역사입니다. 역사와 후손들을 생각해서 국민들이 한 푼 한 푼 모아서 소녀상을 건립한 것, 후손들에게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있었다. 반복되지 않게 해야겠다.”라고 말씀 주시는 가이드님의 마음도 모두 시민정신이고 역사입니다. 마지막으로 내일도 어제처럼 바쁘게 살겠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의 시간으로 마음가짐과 현명함을 챙겨본다면, 내일은 조금 더 높은 밀도와 자존감으로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 오늘의 여행 『남산기억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