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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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지구를 바꾸는 여행, 공정여행과 지속가능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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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방법 : 여행지와 여행자가 모두 행복해야 한다>

생태관광(에코투어), 느린여행(트래킹), 볼런투어, 인문학·역사관광(테마투어), 다크투어, 농어촌관광, 로컬투어, 힐링여행 등 여행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여행의 목적은 『행복』입니다. 각각 자연에 동화될 수 있어서, 사유할 수 있어서, 봉사할 수 있어서, 배움이 있어서, 노동의 즐거움이 있어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어서, 쉼이 있어서 각자 『행복한 여행』이 됩니다.

 

하지만 가끔 우리의 행복한 여행으로 고통받는 현지인들이 있습니다. 잠자고, 밥 먹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할 생활공간이 쓰레기로 넘쳐나고, 소음과 집값 인상뿐 아니라 건설 붐으로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어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와 공동체의 안정이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관광객 유치 행사에 불참을 선언하고 국립미술관 정면 조형물 철거 등으로 관광객 줄이기에 골몰한 네델란드, 800여 km 트래킹 구간에 공공화장실이 없다 보니 한적한 숲속과 길에 오물과 휴지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 관광객에 의한 지역주민 피해 최소화 대책을 시행 중인 서울의 북촌, 공유숙박 에어비앤비에 의해 주거비가 저렴한 도심 외곽으로 쫓겨나는 베를린 시민들이 있다면 우리의 『행복한 여행』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여행은 잠시지만, 일상은 계속됩니다. 우르르 몰려가 후다닥 사진 찍고 다음 목적지로 달려가는 여행이 있고, 조용히 다가가 속살을 보고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의 깊은 맛을 느끼는 차분한 여행도 있습니다. 전자를 『깃발 관광』이라 부릅니다(정작 봐야 할 것을 차분히 보지 않고 뒤로 돌아 사진만 찍고 온다고 해서 엉덩이 관광이라고도 합니다).

 

이와 반대로 자연경관이나 마을 또는 도시를 여행하면서 생태계, 역사문화유산 그리고 현지인들의 삶과 생활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조심조심 관찰하고 체험하는 방식을 『지속가능(생태, 느린) 관광』이라 부릅니다.

 

 

<여행의 품격 : 여행은 무늬, 본질은 공정>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주인공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즉,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을 대가로 지불해야 될지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여행지와 현지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알지 못하거나, 모른척 한다는 것은 무책임, 무개념한 일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일본 제국주의 행태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역시 일련의 무책임, 무개념한 행동들입니다)

 

1등석, 7성급 호텔, 럭셔리 뷔페에서 가끔 Eco Friendly 같은 애매한 환경적 주장을 합니다. 환경단체와 연관되는 듯이 암시하거나 제품의 다른 부분은 비환경적인데 사소한 그린(Green)적 요소를 크게 강조합니다. 화석에너지 줄이기만을 목적으로 한 태양광 설치를 위해 산림을 훼손했고, 설치된 태양광 시설은 주변 온도를 상승 시켜 대기환경을 교란합니다. 기록적 폭우와 기상이변으로 민낯이 드러나는 쓰레기들은 친환경을 빙자한 세일즈 마케팅 결과물들이지 않을까요? 때빼고 광은 냈지만, 여전히 무책임, 무개념입니다. 차라리 고물상 주인의 명함과 문패에 “녹색 기업, 지구를 아름답게”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 개념있고 품격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행에도 품격과 개념이 있다면, 어떤 여행일까요? 저는 『공정여행 혹은 지속가능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쇼핑과 옵션이 필수인 저가여행보다 최소한의 산술적 계산식을 여행자와 공유하여 여행지와 현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정여행이 개념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여행을 지향하는 여행사가 어디인지는 현란한 워딩보다 그들의 발자취와 수치로 알 수 있습니다.

 

 

<여행의 기억 : 살다 보면 큰 사건들만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아주 사소한 사건도 그럴 수 있다>

여행사가 아닌 여행자도 지속가능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 유난스러운 내용도 있고, 조금 뻔하다 싶은 것도 있지만, 나와 지구를 위한 공정여행과 지속가능여행 실천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 : 텀블러, 1인 1수저, 손수건, 장바구니 등을 준비

(2) 음식은 남기지 않기

(3) 수건·휴지·어메니티 아껴 쓰기 및 침대시트 매일 갈아달라고 하지 않기

(4) 대중교통, 자전거, 걷기 등 저탄소 이동수단 활용

(5) 공정무역 및 친환경 제품, 지역농산물 구매 ▶전통시장/로컬푸드 직매장 방문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6) 참가비 1% 혹은 남은 동전 기부 ▶착한여행이 곧 지역에 기여 등 (사실 필자 역시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했었고, 몇 개의 텀블러를 분실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난스럽고 뻔한 내용의 실천은 우리가 사는 도시와 여행지를 우리가 지향하는 담대한 방향으로 바꾸는 일에 매우 현실적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여행의 개멋 : 애썼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으란 법도 없습니다만>

개멋을 부리면,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다르게 느끼기에, 행복은 말이나 용어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들을 온전히 실행하는 것, 작은 단위의 행위로 행복을 느낄 여유를 갖는 것처럼, 이미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 행복이 녹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닌데 단지 자신이 틀에 박힌 일상에 쳇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필자 역시 여러분과 함께 일상의 어떤 계기들을 통해 행복이라는 감정을 자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계기가 공정여행 혹은 지속가능여행이면 더없이 좋겠구요.

 

세상이 좋아지려면 먼저 내가 좋아져야 합니다. 세상에 나를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세상과 시스템을 탓하고 있거나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면, 차라리 먼저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게 더 쉬운 일입니다. 무한한 자유보다 약간의 제약이 있는 공정여행처럼, 조금 더 멋진 그림을 위해 빛과 그림자의 농도를 조절하여 삶의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