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생애설계 정책 현황 및 개선 과제

: 일과 학습 연계를 중심으로1)

 저출산고령화시대 중장년의 생애설계에서 일과 학습의 연계는 기존의 복지주의적 평생교육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주의적 평생교육 방식으로의 전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생산주의적 평생교육은 생애설계 관점에서 단순히 학습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아닌, 중장년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학습과 일의 연계를 통해 복지 증진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질 향상 방식이다. 향후 중장년의 생애설계 관련 정책은 이 점을 고려하여 계획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김인엽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의 속도뿐만이 아니라, 최근 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빈곤률은 46%OECD 국가 중 전체 1위이며, 개인에게는 은퇴 이후의 경제력 문제, 국가에게는 생산가능인력의 지속적 감소 및 복지비 증대 등 국가성장위협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곽미선, 2017). 이처럼 저출산, 초고령화사회에서 중장년의 재취업, 창업·창직, 귀농·귀촌 등 퇴직 후 일자리에 대한 제2, 3의 생애설계 문제는 매우 중요한 화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직면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IoT(Internet of Things)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전통적인 중장년의 일자리로 여겨졌던 운전기사, 경비원, 배달원, 계산원 등 저숙련·단순 노무직의 급감을 가져오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노후의 복지시스템이 미약하여 퇴직 이후의 삶이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100세 시대를 맞아 전 생애에 걸친 생애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목표 아래, 신중년인생3모작계획(2017), 신중년일자리확충방안(2018), 4차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2018) 등 범부처 기획 형태로 일과 학습 연계를 통해 생애설계프로그램을 구현하고자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단기적인 사업 중심의 운영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부족함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존하고 있다. 최근 정부·사업주의 중장년 대상 생애설계서비스 제공을 명문화하기 위해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세대 간 이해관계 갈등 양상 등으로 현재 국회 계류 상태이다.

 

한편, 일본, 독일 등 초고령화사회에 직면한 외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장년을 대상으로 생애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취업 지원을 법제화 하는 등 중장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중장년의 일과 학습 연계를 통한 생애설계 의미를 살펴보고 국내·외의 정책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2)

 

. 중장년 생애설계에서 일과 학습 연계

 

(1) 일과 학습 그리고 연계의 개념

 

(work)이란 단순히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직업준비를 하는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일의 대가에 경제적 보상이 수반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부름 받는 일(calling)도 포함한다(이무근, 2006). 따라서 이타성을 내포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일의 범주로 볼 수 있다. 한편, 학습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고 긍정적으로 향상된 행동의 변화를 말한다. 즉 학습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데 한정된 개념이 아니고 지식 습득을 통한 행동의 변화, 실천까지 의미한다. 따라서, 중장년에게 일과 학습의 연계란 중장년이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 사회공헌 활동 등 제2인생을 설계함에 있어 학습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토대로 일과 학습이 상호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2) 일과 학습 연계의 기능과 의미

 

중장년에게 평생학습이 일과 연계될 수 있는 기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인적자원관리측면에서 현재 재직 중인 자를 능력 있는 인간으로 육성시켜 생애에 걸쳐 직업의 지속성과 계속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둘째는 학령기 학교 교육의 제한성, 거대성, 획일성으로 자칫 소홀히 취급될 수 있는 개인적 적성지도와 진로·취업교육에 대해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김용현 외, 2015).

 

이 두 가지 기능을 고려할 때, 일과 학습의 연계는 기존의 복지주의적 평생교육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주의적 평생교육 방식으로의 전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생산주의적 평생교육이란 생애설계 관점에서 단순히 학습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아닌, 중장년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학습과 일의 연계를 통해 복지 증진을 지향하는 삶의 질 향상 방식이다. 환언하면, 일과 학습 연계를 통한 중장년의 생애설계는 학습과 일, 나아가 복지의 선순환 관계를 토대로 전 생애에 걸친 적극적인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한다.

 

. 중장년의 생애설계 지원 정책 현황

 

(1) 우리나라의 중장년 생애설계 지원관련 정책

 

우리나라의 중장년 생애설계 관련 지원 정책은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단일부처의 정책과 범부처 차원의 정책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범부처단위의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은 신중년만이 가지고 있는 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애경로를 미리 설계·준비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신중년층이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으로서 인생3모작 성공기반 구축 및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17)

또한 고령자고용촉진 기본 계획은 100세 시대 고령자에 대한 고용촉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추진한 계획이다. 3차 고령자 고용촉진기본계획(2017-2022)을 추진하면서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급속히 커지는 현실을 반영해 장년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60세 정년 의무화에 따른 임금피크제 지원제도 보완, 정년퇴직자 계속 고용 또는 재고용시 장려금 지급, 사무직 퇴직자 재취업 지원을 위한 '신중년 사관학교' 과정 신설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편,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은 평생교육에 관한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계획이다. 4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은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평생학습실현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사람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확대, 개인과 사회의 동반 번영 지원, 기관 및 제도 간 연계·협력 강화 등의 추진 전략을 수립하였다.

 

상기와 같이, 범부처 차원의 다양한 기본 계획과 사업이 존재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학습--복지의 선순환 구조의 인식 및 프로그램 부족, 정책 실행 주체와 로드맵의 부재,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와 협력하고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2) 외국의 중장년 생애설계 지원관련 정책

 

미국은 고령사회에서 국가의 위기는 국가 복지비 확대라고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년 근로자에 대한 인적자원으로서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들이 계속 노동시장에 남아서 충분한 소득을 확보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미국 내 노동시장의 제반 환경을 고령친화적으로 조성하는데 두고 있다. 또한 은퇴 후 새로운 노동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으로 중장년 적합 일자리의 창출과 중장년의 교육훈련 강화를 통한 고숙련화 등이 있다(김인엽 외, 2017). 특히,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시니어 고용을 위한지역사회 기여형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SCSEP; Senior Community Service Employment Program)’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55세 이상 근로자들을 위해 운영되지만, 특별대상을 지정하여 참가할 수 있으며 아기돌보미, 보조교사 등으로 학교, 병원 등 공공기관 및 비영리기관에 배치되어 일할 수 있고 1주에 20시간씩 6개월 참여 후 정부의 원조를 받지 않는 영구적인 직업을 탐색하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민상기 외, 2015). 또한 연방·주정부차원에서 비영리기관을 통해 다양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나이에 관계없이 의욕과 능력에 부합하는 일할 수 있는 평생현역사회 실현을 목표로 중고령자가 해당 지역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지역 기반 확대, 중고령자들의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 정부 지원, 65세까지 중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의 법적 의무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일본 후생노동성, 2017).

 

마지막으로 독일은 중장년의 재취업 지원을 위해 법적 기반 하에 모회사 외 독립적인 사업체를 설립하여 1년의 범위에서 구조조정 실업자의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직업적 계속교육의 프로그램 제공을 실업자, 실업의 위험에 처한 자, 교육 수준이 매우 낮은 자 등 특별한 상황의 근로자도 대상으로 한다. 직업적 계속교육과정에서 일정 시험을 통과하면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하여 현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금을 지원 하고 있다. 직업적 계속교육 지원 방안으로 교육비, 교통비, 숙식비, 자녀돌봄비용 등을 지원하는 교육바우처 제도와 연간 소득이 20,000유로 이하인 사람 중,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자, 자녀 양육중인 자, 가족 간병을 하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려금 제도 등이 있다.

 

이들 국가들은 중장년의 인적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으며, 인적자원으로서의 가치 지향성을 위해 일의 지속성 제고는 물론 끊임없는 학습 기회 제공으로 일과 학습을 연계하고 있다는 점,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중장년 생애설계 지원의 문제점 및 개선 과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일과 학습의 연계 관점에서 중장년 생애설계 정책 운영상의 문제점 및 개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 부족의 문제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변화의 가속화 시대,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일과 학습 연계의 중요성에 대한 중장년 개인의 인식도 부족하지만, 일과 학습의 연계 정책이 곧 최고의 복지 정책이라는 부처와 지자체의 인식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과 학습, 그리고 복지 연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 부처 및 지자체 그리고 노사발전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실행 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연수 및 양성 체계 고도화 등 인식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프로그램의 문제이다. 중장년 대상 생애설계 정책이나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 또는 지원기관 담당자들 역시 중장년의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생애설계 경로와 중장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일과 학습의 연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시스템 변화와 문화 형성 노력보다는 단기적인 성과 위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협력센터의‘중장년 은퇴준비 실태(2017)’조사에서 평균 69.4세까지 일자리를 갖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평생교육프로그램은 일과 연계성을 염두에 놓은 프로그램보다는 인문학, 교양 강좌 등으로 강사 섭외가 비교적 수월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들 강좌는 학습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OCW(Open Course Ware), MOOC(Massive Online Open Course) 등 온라인 교육 강좌가 일반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식과 교양 중심의 강좌 운영은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셋째, 거버넌스 부재의 문제이다. 중장년의 교육·훈련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부처별로 다양한 정책 및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개별 부처에서 실질적 협업 과정 없이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중장년의 생애 설계 지원 시 지자체 및 민간 기관과의 협력과 조율도 필요하지만 이를 총괄 실행·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가 부족하다. 따라서 중장년이 직무, 연령, 학력, 성별 등에 따라 체계적 생애경력개발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법령 정비의 문제이다. 현재,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고령자고용법)」이 있지만, 권고 사항 정도로 실질적으로 중장년이 일을 지속하고 학습과 일의 연계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의 실행력과 제어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정부·사업주의 중장년 대상 생애설계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특히, 중장년 생애설계 지원 기관의 법적 근거 확보, 평생교육바우처제 및 유급학습휴가제 등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 지원 방안을 담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 맺으며

 

한국은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대기업 중심의 초고속 성장, 협력과 복지가 배제된 경쟁 중심의 사회 시스템 구축으로 인해 OECD 국가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고,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전락하였다. 또한 일자리 질 문제와 소득격차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따라서 행복지수를 높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 역량을 발굴하여 모두가 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애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일과 학습 연계를 통한 중장년의 생애설계는 학습과 일의 연계로 일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복지 재원과 기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므로 국가적 비전으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중장년은 일과 학습의 연계를 염두에 놓은 생애설계를 통해 삶에서 재취업, 창업, 귀농·귀촌, 사회공헌활동 등 제2인생을 마음껏 누리는데 그 가치와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중장년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지자체의 체계적인 평생직업학습 지원을 통해서 삶에서 평생 현역 사회를 실현할 때, 중장년과 우리 사회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참고문헌]

곽미선(2017), 중고령자의 희망 일자리 이동 특성 분석, 2018년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

관계부처합동(2017),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

관계부처합동(2018), 신중년일자리확충방안.

교육부(2018), 4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

김용현 외(2015), 평생교육론-평생학습과 열린 학습사회, 양서원.

김인엽 외(2017), 중장년의 일과 학습에 관한 연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상기 외(2015). 중장년 대상 적합훈련직종 발굴 및 취업연계를 위한 해외 운영사례 조사 연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이무근(2006), 직업교육학원론 제3, 교육과학사.

일본 후생노동성(2017), 고령자 고용대책의 개요.

 


1) 이 글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보고서 ‘중장년의 일과 학습에 관한 연구(김인엽 외, 2017)를 토대로 작성됨.

2)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모회사외 독립적인 사업체를 설립하여 최장 1년의 범위에서 구조조정 실업자의 교육·훈련 등 재취업 지원(‘04년 하르츠 개혁시 법적 근거 확보)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