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태권도를 시작하다사이 특강 취재기

 

특강 제목에 눈길이 갔다. 50이면 중년의 나이인데 뒤늦게 시작한 운동이 태권도라니. 태권도 하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 선호도 1위의 운동 아니던가? 노랑 승합차에 ‘oo태권도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과 후 아이들을 픽업해 가는, 그리고 운동(놀이)이 끝나면 집으로 혹은 인근 학원으로 친절히 데려다주는 말하자면 엄마들의 발품을 대신하는 그런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중년의 나이, 그것도 여성이 도전했다는 태권도는 낯섦과 함께 호기심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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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강 배너 옆에 선 저자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150, 온라인 방송을 준비하는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중년의 여성 두 사람이 세팅된 카메라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진행을 맡은 윤이다 아나운서와 오늘의 주인공 고선규 저자다. 큐 사인이 나기 전 긴 침묵이 감싸고 있는 스튜디오의 두 사람에게서 곧 출병할 전쟁터의 병사처럼 비장한 각오가 엿보였다. 엄숙한 분위기를 해칠까 봐 기자는 스튜디오 한편에 조심스럽게 자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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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시작 전 긴장한 분위기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시간이 되자 온라인 특강은 시작되었다. 태권도를 하는 중년 여성이라기에 뭔가 활동적이고 남성성을 가졌을 거란 상상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교양미 넘치는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임상심리학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 꿈은 날아 차라는 책의 저자인 그는 그동안 숱한 내담자들을 만나 마음을 위로하면서 임상심리전문가의 소임을 다하였지만 정작 본인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진 평범한 중년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과거의 삶을 돌아보며 만약 ~~했더라면! ’이라고 후회할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고 했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만큼은 했어라고 용인되기 전까지의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책의 가벼운 제목과는 다르게 강의의 초반은 심리학 강의라고 할 정도로 이렇게 무거운 얘기로 시작했다. 저자의 말머리는 계속되었다. 내담자에게 완전히 변해버린 삶에의 적응과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도 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 심리학자로서의 겪는 압박감을 떠나 일상적이며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에 대한 갈증도 가지게 되는 나이 오십은 누구에게나 삶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 무렵 시작한 게 우연히도 태권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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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내 꿈은 날아 차~

 

태권도 얘기가 나오자 저자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흥이 묻어나더니 수다쟁이 이야기꾼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칭 뚱뚱한 동네 아줌마가 밤이면 새하얀 도복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중년의 핵주먹으로 변신하게 되는 신기한 운동, 태권도의 마력은 무엇인가? 사실 태권도를 배우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일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왕 할 거면 뻔한 것 말고 특이한 걸 찾다가, 또 서너 달 하다가 싫증 나면 그만둘 흔한 취미생활처럼 가볍게 시작한 것이 태권도와의 인연이었다. 도복을 입으면 사범님의 포스가 풍기는 건 덤이고 태권도를 하면서 점차 표정이 밝아지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등 활기가 돌아왔다. 발차기하면서 스트레스를 단번에 해소하고 드디어 천부적으로 타고난 파워도 알게 되었다. 태권도가 방어 중심의 평화적 무예라는 데서 철학이 통하는 점도 좋았다. 숙련도를 나타내는 9가지 색깔의 띠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예의 / 배려 / 존중 / 정직 같은 인성을 배우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태권도를 하면서 이렇게 몰입하는 즐거움과 체력 증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되었다.

 

태권도라는 중년에게 다소 낯선 운동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간 저자의 특강에 많은 독자의 호응이 있었다. 중년인데 관절에 무리는 가지 않는 건지, 태권도를 배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지 궁금한 질문들로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중년, 당신의 꿈은?

 

이번 사이 특강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삶을 꿈꾸는 중년에게는 매우 의미 있었다. ‘내 꿈은 날아 차’, 책의 제목처럼 평범한 아줌마가 오십 무렵 태권도에 입문하여 겪게 된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한 화두는 도전이다. 자신의 삶이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이렇게 무엇에든지 목표를 정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한다. 도전하는 한 우리는 영원한 청춘이기 때문이다. 바른 생활, 넓은 마음, 건강한 신체를 동시에 추구한다면 태권도만 한 게 없다는 것을 힘주어 말하는 저자는 어느새 태권도 전도사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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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줄 책에 사인 중인 저자, 저자와 함께 기념사진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grnl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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