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 두 번째 인생 설계하자

 

0+세대 인구의 20%…"준비 없이 노년 맞으면 사회에 큰 짐"
"고령세대 경험과 시간, 사회 자산이라는 인식과 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어. 그런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산에나 다닌다. 아직 더 뛰어도 될 것 같은데…"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50+세대의 현주소다.

고령화로 인해 노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열심히 일하다가 은퇴하고 나면 길지 않은 여생을 즐긴 뒤 마무리하던 공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100세 시대에는 인생 2모작, 3모작이 가능하다.

 

50+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20%에 달한다. 이들이 제2의 인생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지금 50+세대가 미처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50+세대를 위해 50+ 캠퍼스를 세우고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마련한다.

 

서북50+캠퍼스[서울50플러스재단 제공]

 

◇ '낀 세대' 50+ 세대…정책에서도 소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50+ 정책을 소개하는 브리핑에서 자신의 친구와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를 잘해서 출세 가도를 달리다가 지난해 은퇴한 K, 오퍼상으로 성공해 나타난 고향친구 Y,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대기업에서 살아남으려 치열하게 일한 선배 P, 은퇴를 앞두고 의미 있는 일을 찾는 후배 L.

이와 같은 50+ 세대는 1인당 국민소득 50 달러 시대에 태어나 2만 달러가 되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들은 산업화 역군, 한강의 기적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학술적으로 농업세대와 IT세대, 근대와 현대 사이의 다리를 놓는 가교세대로 규정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는 실질소득은 줄어드는데 부모, 자식 부양책임을 동시에 진 낀세대, 아파트 한 채에 인생을 담보 잡힌 '하우스 푸어'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들은 남은 5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일할 능력과 경륜, 의지가 충분하지만 회사에서는 연봉은 높은데 효율은 떨어지는 존재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이들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직에서 밀려났는데 사회에서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라며 뒷전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50+ 세대가 능력과 의지에 맞는 역할을 하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이 방치된 채 노년층이 된다면 사회에 큰 짐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쓸모를 찾지 못하고 버려지면 우리 사회에 큰 손실이다.

 

50+캠퍼스를 둘러보는 50+[서울50플러스재단 제공]

 

◇ 50+ 세대를 새로운 사회 주역으로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서울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50+세대의 36.5%는 전문대학 이상의 학력 소유자이다. 26%는 전문 사무직에 종사한다. 가족 규모는 평균 3.09명이고 가구 소득은 평균 연 4천853만원이다. 남성의 82.8%, 여성의 34.3%가 현재 경제활동을 할 정도로 사회 경험도 풍부하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50+세대는 이제 새로운 인생 준비에 나서야 한다.

미국 AARP(미국은퇴자협회;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의 수석 큐레이터인 리처드 J. 라이더는 "생의 전반기에 우주비행사로 달을 걸었던 사람이라도 생의 후반기에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과 목적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한미국대사관·서울시·서울50플러스재단이 개최한 앙코르50+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라이더는 "내 삶의 목적을 찾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며, 가만히 있다고 목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열심히 찾아야 한다"며 "잘 늙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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