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보다 봉사 우선" 일도 하고 보람도 찾는 시니어 뜬다
 

도보 투어 해설사·수리공 등 활동
은퇴 후 새로운 삶 모색 5060 늘어… 희망 급여보다 사회 기여도 중시
서울시, 산하재단 '50플러스' 통해 분야별 전문성 살린 직업교육 앞장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상희원(54)씨는 2년 전 대학생 딸에게 "엄마 인생의 '빛과 소금'은 뭐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상씨가 "내 딸"이라 답했더니 딸은 "부담스럽다. 나 말고 다른 걸 찾아보라"고 했다. 상씨는 그 길로 서체 기술을 배우는 캘리그래피 수업에 등록했다.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 3개월 만에 강사가 됐다. 중증장애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맡았다. 주로 각 구청이나 복지재단에서 개설한 강의를 한다. 강사료로 회당 7만~10만원씩 받아 강의 재료를 사는 데 보탠다. 상씨는 "다 큰 애를 붙잡고 극성 엄마 노릇 할 뻔했는데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돼 천만다행"이라 했다.
 

중학교 교사 출신인 이명희(60)씨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도시해설사로 변신해 장충단공원에서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다(왼쪽). 가운데 사진은‘동네 맥가이버’가 된 여호동(63)씨가

독거노인 집을 수리하는 모습. 비영리 기관에서 일하다 은퇴한 정향옥(54)씨는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서울시 50+재단

 

일하며 봉사하며 새로운 삶을 찾는 5060세대가 늘고 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도보 투어 해설사·한국어 교사·집 수리공 등 다양한 직종에 도전한다. 은퇴 후에도 사회에 기여하려는 시니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0억원을 들여 5060세대를 위한 봉사형(型) 일자리 23개를 만들었다. 2022명이 3.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80억원을 들여 2236명을 고용한다. 시 관계자는 "신청자 대부분이 베이비붐세대(55~63세)로 경험은 많고 희망 연봉은 낮은 최고의 구직자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잡을 때 급여보다 사회 기여도를 신경 쓴다. 9년 전 일본계 컴퓨터 회사에서 퇴임한 김훈규(60)씨는 시가 고용하는 집 수리공인 '동네 맥가이버'가 됐다. 지난해 매달 52만5000원을 받고 서울 응암2·3동의 반지하 집 200곳을 수리했다. 대기업 임원이던 그는 '고객 만족'을 위해 난생처음 막힌 변기도 뚫었다. 그는 "단칸방에 쪼그려 앉아 곰팡이를 긁어내는 나 자신의 모습에서 새로운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5년 전 중견 건설회사 대표이사로 퇴임한 조영대(67)씨는 돈 안 받는 사진작가가 됐다. 2014년부터 장애인단체와 노인복지기관을 돌면서 1년에 50차례씩 무료 촬영을 한다. 14일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교복 입은 노인 100명의 독사진을 찍어줬다. 조씨는 "얼마 전 아들이 '나도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 했다.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일자리라도 아무나 못 한다.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시 산하재단 '50플러스'는 2016년 50~67세 시니어를 위한 종합 지원 기관을 만들었다. 서울 불광동·공덕동·오류동 3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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