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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여행

갑자기 한두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짧지 않은 시간이니까 가치 있게 쓰고 싶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슬그머니 뒷주머니로 가서 그놈을 꺼낸다. 숨을 죽이고,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처음에는 5분만해야지, 확인할 것 확인만하고 꺼야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한다. 15, 30, 1시간, 2시간 조그만 장치에 내 의식이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한다. 이게 반복된다. 지하철 타면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손바닥만한 화면만 고개 숙여 쳐다보고 있다. 요즘 지하철에는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놈의 스마트폰이 정말 영리하게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게 슬며시 한국인들의 의식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닐까?

 

벗어나고 싶다. 정말 헤어나고 싶다. 던져버리고 싶다. 하지만 난 이미 중독됐나보다. 안보면 허전하고 불안하다. 나쁜걸 알지만 당장 끊을 수도 없다. 사용방법을 바꾸면 치유에 도움이 될까? 우선 스마트폰 사용하기가 불편한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으로 장소를 옮겨야겠다. 또한 막연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유튜브의 이런저런 동영상을 습관적으로 클릭 또 클릭하는 걸 줄여야한다. 찾는 목적을 미리 정하고 관심 분야의 제목을 입력해서 꼭 필요한 것만 봐야겠다. 스마트폰 안의 정보 읽기만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정리해서 스마트폰 네 녀석에게 넣어주어야겠다.

 

난 여행사에 당일 여행을 자주 신청한다. 지난주에는 괴산 산막이옛길을 걷고, 따뜻한 햇볕을 쐬고, 힘찬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푸르른 과일향이 나는 산뜻한 공기를 맡으며 시골길을 걸었다. 그 사이에는 스마트폰을 볼 수도 만지기도 어렵다. 버스에 올라타 커피를 마시면서 비로소 그 놈을 꺼내 그날 일정을 시로 써서 글여행 단톡방에 올려보았다. 해보니까 그날 내 느낌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더 좋은 것은 그놈의 폐해에서 하루라도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나에게 글쓰기여행은 중독을 치료해 주는 백신이다.

이 때 적은 시를 올려본다.

 

5월 어느 날

 

푸름이 창밖을 스쳐간다.

온갖 사연을 실은 버스가

꾸불꾸불 길을 달린다.

산막이옛길을 지나고

괴산호를 끼고돌아

충주호에 다다른 나그네들은

무거워진 다리를

제천의 시골집에 풀어놓는다.

막걸리 잔이 오가며

저마다 세월의 흔적을 슬그머니 여민다.

청풍명월 건져 올린 우렁이

~이 되어 내게로 들어온다.

공이리마을 월악나루

굽이굽이 절경이요!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사람도 좋아.

나를 두고 냇물은 흘러가고

베론성당 방주타고

세월도 거슬러 내 마음 흐르네.

 

2018.05.23. 회원 이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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