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9월 17일) 인생학교 동문들과 안산자락길을 걸었다. 코로나19 이후 첫 총동문 야유회다. 50여 명의 인생학교 동문들이 기수별로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묻는다. 사교성 많은 동문은 여기저기 인사를 주고받느라 바쁘다. 인생학교 뉴스레터와 50+시민기자단으로 글을 써서인지 알아봐 주는 동문이 많다. 고마운 일이다. 눈에 익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정광필 학장님과 언제 봐도 소녀 같은 구민정 부학장님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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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사진 ⓒ 박일호

 

 

독립문을 출발하여 서대문 구치소를 돌아 안산자락길로 들어섰다. 남부캠퍼스 4기 강현구 동문이 현직에 있을 때 참여해 만들었다는 안산자락길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무장애길이라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길과 빨간 꽃무릇이 연꽃처럼 펼쳐진 길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박호영 총동문회장이 가끔 멈추고 해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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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 형무소를 지나는 길에 해설 중인 박호영 총동문회장 / 안산 자락길을 오르는 인생학교 동문들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백년을 살아보니’를 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장수의 비결로 즐겨 걷는다는 연세대학교 뒷길을 따라 학교로 들어서는데 공연이라도 하는지 젊은 친구들이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더 내려오니 공연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건강한 젊은이들. 무엇을 하든 좋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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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안내 입간판 / 동아리 홍보 입간판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딸들이 어릴 때 일부러 백주년기념관에서 연극을 보여주고 돌아오면서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집에서 가까우니 대학은 여기로 오자”할 때마다 딸들은 합창이라도 하듯 “알았어, 엄마”하고 말했었다. 입시생이 되었을 때 딸들은 기억이 안 난다거나 문턱이 그리 높은 줄 몰랐노라고 시침을 뚝 떼었다.

  

앞뒤로 삼삼오오 걷고 있는 인생학교 동문들. 이제 곧 건너편 굴다리를 지나 먹자골목에 있는 닭갈비집에서 점심을 먹고 기수별로 해산할 것이다. 교정을 걷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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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세쿼이아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인생학교 동문들은 인생학교를 생애 마지막 학교라고 표현하기를 즐긴다. 틀린 말은 아니다. 50+세대가 언제 다시 학교라고 이름 붙은 곳에 다닐 수 있을까?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50+세대가 모여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인생 후반기를 건강하게 걸어가게 만드는 인생의 마지막 학교. 더구나 내게는 학교라는 이름만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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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뒷길로 하산 중인 동문들 / 꽃무릇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가난한 집 6남매의 둘째이자 장녀로 태어난 나는 대여섯 살부터 오빠를 따라서 다닌 동네 만화방에서 글을 익혔고 어려서부터 ‘작은 아씨들’의 조를 꿈꾸었다. 중학교 입학 대신 야학에 다니며 검정고시를 두 번 치른 후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한자 세대지만 한자로 출제된 문제를 읽지 못해 국문학 필수과목인 생활한문 시험에 과락한 적도 있다. 같은 세대를 살았으나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시간은 때때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듯 외롭기 그지없다. ‘써니’라는 영화가 나와서 대부분의 중년이 그 시절을 추억할 때도 공감할 수 없어 외로웠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을 때는 엄마 미숙에게 더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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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교정을 걷는 동문들 / 학장님과 부학장님을 찍는 동문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찰칵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홀로 공부한 내게 동문이나 동기라는 이름은 언제나 가질 수 없는 이름이었다. 그러니 인생학교를 처음 만났을 때 내 기분이 어땠을까? 내가 공부한 과정은 오롯이 혼자 하는 시간이다. 당연히 이전에는 조별 활동이나 워크숍, 혹은 프로젝트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인생학교에 들어와서 첫 경험이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을 내게 편견 없이 대해준 학장님, 부학장님, 인생학교 4기, 심화 2기 동기들에게 고마운 마음, 4기 수업에 강사로 참여한 앞 기수에게 선배라고 부르고 싶던 그 마음을 나 아닌 그 누가 알 것인가? 이 세상에는 동기라는 말, 동문이라는 단어 하나가 절실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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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요즘 나는 서울시50플러스 인생학교를 디딤돌 삼아 어릴 적 꿈꾸던 조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 때때로 누군가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 혹은 인생학교가 먹고 살 만한 특정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곳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말해주고 싶다. 50+세대가 모두 같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니며 당신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일 수도 있다고.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jinju1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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