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와인 수입액이 5억 6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70% 가까이 급증했다. 이제 와인은 누구나 즐기는 대중주이다. 그런데 마트에서 와인을 사려고 하면 왜 그리 종류가 많은지 헷갈린다. 다른 술은 간단해서 고르기가 쉬운데 말이다. 와인의 대명사는 프랑스 와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왕좌를 빼앗겼다고 하지만, 고급 와인은 프랑스산이다. 프랑스 와인부터 정복해 보자. 비록 비싼 와인을 마시지는 못해도 지식이라도 섭렵해 보자. 3분만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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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경 강사의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와인 테이스팅 클래스 수강생들

 

와인 전문 남은경 강사가 강의하는 강서50플러스센터 와인 테이스팅 클래스에 참가했다. 퇴근 후 열리는 직장반으로 오후 7시가 되자 속속 모여든다. 권순영 씨는 와인 한두 잔 마시는 것을 참 좋아한다고 한다. 한 병을 따서 혼자 마시기에는 부담되고, 친구와 어울려 마시면 딱 좋다. 이왕이면 와인을 더 알고, 여러 와인을 섭렵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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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영 씨가 오늘 테이스팅 할 샤블리 와인을 들고 배경에 맞추어 사진을 찍고 있다.

 

남은경 강사의 설명을 따라 프랑스 와인에 빠져 보자. 와인은 여러 과일 향이 나는데 왜 그럴까? 과일을 넣었을까? 어리석은 질문을 해 본다. “와인 양조는 향을 창조해내는 과정입니다. 양조 방법에 따라 나오는 예술이지요.” “어떤 포도 품종을, 어느 정도 당도를 올려서 수확해서, 발효와 숙성을 어떻게, 얼마나 하느냐, 또 오크통을 어느 정도 태워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향이 다 다르게 나와요.” 호! 듣고 보니 단순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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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통 속을 불로 얼마나 태우냐에 따라 와인 향이 달라진다.

 

그러면 가격이 비싸면 좋은 와인일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몇만 원 하는 와인이라도 좋은 와인 고르는 법은 없을까? 남은경 강사가 좋은 팁을 준다. 레드 와인은 붉은 색상이 연해질수록, 화이트 와인은 무색에서 호박색으로 변해갈수록 오래 숙성된 와인이라고 한다. 포도의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이 갈수록 연해지기 때문이다. 단지 피노 누아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달리 원래 색이 연하다.

 

고급 와인의 기준은 타닌, 산도, 당도, 모든 게 잘 조화되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와인을 고급 와인으로 친다. 어느 하나가 튀면 그 와인은 좋은 와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프랑스 와인은 어떻게 고를까? 프랑스 와인의 이름은 지방, 마을, 포도밭 이름을 붙인다. 지역이 좁아질수록 더 좋은 와인이다. 프랑스어를 모르니 이게 지방인지, 포도밭인지 알 수가 없는데, 어떡하나. 프랑스 와인은 일단 AOC가 있으면 좋은 와인이다. AOC는 국가가 원산지와 품질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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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샤블리 화이트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있다.

 

프랑스 땅을 보면 북쪽 지역은 날씨가 서늘하고 일조량이 적다. 따라서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같은 화이트 와인용 포도를 주로 심는다. 최고 비싼 와인이 나오는 부르고뉴(Bourgogne) 지방 위의 샤블리(Chablis) 지역의 샤블리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다. 전부 샤르도네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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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와인 지도 (지명은 불어 발음으로 표시되어 있다) ⓒ 자료 남은경 강사

 

고급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 지방은 화이트 와인의 샤르도네와 레드 와인의 피노 누아 품종을 주로 심는다. 최고가를 기록하는 로마네콩티는 가로, 세로 150m 정도의 포도밭에 피노 누아를 심어 한 해 5, 6천 병 생산하는 최고급 레드 와인이다. 올 10월 현재 한 병에 4천만 원대이며, 국내에서는 세금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하면 제네시스 한 대 값이다. 신의 와인이라고 불리는 몽라셰는 샤르도네 품종의 최고급 화이트 와인이다. 그랑 크뤼급은 백만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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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고뉴 대표 와인 (좌측이 최고급 와인 로마네콩티, 우측이 몽라셰)

 

여기서 잠깐.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포도 품종이 다르다.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같은 포도는 일조량이 적고,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 껍질도 얇다.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포도를 짜서 주스를 먼저 만들고, 발효시킨다. 발효는 주로 스테인리스 통을 이용한다. 껍질째 발효를 안 한다. 

 

레드 와인은 포도를 껍질째 으깨어 죽처럼 만들어 발효시킨다. 껍질에서 떫은 타닌과 붉은색인 안토시아닌이 우러나온다. 그리고 주스를 짜서 오크통에서 1차 발효하고, 이어 또 다른 오크통에 넣어 장기간 발효시킨다. 그리고 병에 넣어 3개월 이상 숙성한다.

 

죽처럼 만들어 하루 정도만 발효해서 색상과 타닌이 살짝 우러나게 하고, 짜서 발효하면 로제와인이 된다. 로제와인이 살짝 분홍색을 보이는 이유이다. 레드 와인을 화이트 와인처럼 발효하는 방식이다.

 

이제 유명한 보르도 지방으로 가보자. 프랑스 중서부의 보르도 지역은 지롱드강을 따라 포도밭이 줄지어 있다. 유명한 샤토가 몰려있다. 샤토는 양조장이란 뜻이다. 보르도 1등급 5대 샤토는 샤토 라피트-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롯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이다. 이런 최고급 와인이 아닌 우리에게 친숙한 와인이 샤토 딸보(Talbot)와 대중적인 무통 카데(Mouton Cadet)와 화이트 와인인 샤토 몽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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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도 5대 샤토 (좌측부터 샤토 라피트-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롯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보르도 위쪽 지역인 코냑(Cognac) 지역은 포도의 질이 보르도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와인을 끓여서 나오는 알코올 수증기를 냉각해서 증류주를 만들었다. 그래서 코냑 증류주가 유명해졌다. 남쪽인 지중해에 가까운 론 지방은 날이 덥고, 일조량이 풍부해서 와인이 강하고 묵직하다. 포도도 코트 로티 등 다른 종류를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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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스

 

독일과 국경을 접한 프랑스 북동쪽의 알자스 지방은 독일과 같은 리슬링 품종을 재배한다. 알자스는 알퐁스 도데가 쓴 소설 「마지막 수업」의 장소이기도 하다. 독일 영토가 되었다가,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한 비운의 지역이다. 알자스 화이트 와인은 고급 리슬링 와인이다. 독일산 리슬링 와인은 좀 달콤한 반면, 알자스 리슬링 와인은 드라이한 편이다.

 

프랑스 최북단의 와인 산지인 샹파뉴 지방은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이다. 스파클링 와인이란 포도 주스를 병 안에 넣어 그대로 발효시킨 와인이다. 지명을 그대로 사용해서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서만 생산된 포도를 가지고, 전통 양조법을 따라서 만들어야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다른 지역의 포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뱅 무소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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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졸레 지방과 보졸레 와인들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 동시에 출하되는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숙성을 안 하고, 발효만 시킨 와인이다. 향이 화려해서 주스처럼 마시기 좋은 와인이다. 단, 보관은 1년을 넘기 힘들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 0시부터 시작하므로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출시 지역이다.

 

 

50+시민기자단 남영준 기자 (bransonti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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