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누군가에게 

선배시민멘토단 참여자 | 박미경 • 서부캠퍼스 | 이은지 선임  

 

 

생태학자들은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갖고 친밀감을 느끼려는 건 생존과 발전을 위해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가족과 친구, 배우자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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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박미경님 (우)  이은지 선임       

 

봉사 프로그램의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힘겹게 성장한 자립준비청년들이라면 ‘선배시민멘토단’을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래서 ‘선배시민멘토단’을 담당하고 있는 이은지 선임은 운영 목표를 ‘성과 없는 만남’으로 잡았다. 담당자로서 자원봉사 활동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겠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설명을 들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은지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나의(멘토단) 욕심으로 채우고 바꾸겠다는 욕심보다 그저 그들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먼 훗날 ‘아 그런 선배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멋진 인생 선배가 되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오리엔테이션부터 활동 중간마다 그 점을 항상 강조했어요. 


선배시민멘토단으로 활동 중인 박미경 씨도 그 점에 깊이 공감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줄곧 '보호종료아동(지금은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뀌었다)' 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져왔고, 항상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 선배시민멘토단 모집에 자원했고 합격된 후에는 각별히 '마음 쓰임'을 풀어 나가고 있다. ‘선배’라는 말이 크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선배시민멘토단의 경우 무엇보다 멘토단과 자립준비청년들과의 연령 차이로 인해 세대 차이의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식도 말을 듣지 않아 골치 아픈 게 현실 아닌가. 생전 처음 보는 데다 이유 없는 친절에 경계심을 보이기 쉬운 청년들과의 소통 노하우가 궁금했다. 


박미경

멘티가 내 자식의 나이랑 비슷하다 보니, 부모 마음으로 먼저 닿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실수했던 것들을 보충하니 오히려 더 완벽(?)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은지 

멘토들이 개별적으로 MZ세대를 이해하고자  트렌드를 읽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셨어요. 저는 옆에서 그런 것들을 소개만 했을 뿐이에요.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처받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그들의 문화이니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십사 강조했습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청년들을 만날 때 신중을 기했다. 섣부른 말은 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한 채로 생각의 주파수를 맞추려 했다. 간혹 자녀처럼 느껴져서 충고나 첨언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잊지 않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이따금 만나는 날짜에 연락이 되지 않거나, 안 나오는 경우도 생겼다. 협력기관 담당자에게 공유하고 팀별로 규칙을 세워 지키도록 유도한 결과 무단결석은 많이 사라졌다. 그렇게 만남을 이어간 결과 그들의 내심을 알게 되었다. 

 


박미경 

“살면서 인생의 낭비가 있었다면 무엇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중학교까지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해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풍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최신기기는 무조건 샀다. 똑같은 기기가 두 개 이상일 때가 있다.”며 멘티가 속내를 털어놓더군요. 


이은지 

“‘멋진 어른’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며 “자기와 같은 처지의 다른 청년도 참여해도 되냐”는 연락을 했던 자립준비청년이 있었어요. ‘이모’, ‘엄마’, ‘언니’를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잊을 만하면 연락을 주는 친구도 있고요. 그들에게는 그저 몇 년을 더 살아본 ‘선배’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박미경 씨는 멘티와 만날 때 무조건 멘티의 사정에 맞췄다. 내가 알 수 없고, 느끼지 못하는 멘티만의 경험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고 늘 염두에 두고 진심을 담아 만나려고 애를 썼다. 


 

이은지 선임은 대다수에게 당연한 보통의 삶을 누리지 못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섣부른 도움의 손길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선배시민멘토단 활동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 그 이유는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의미와 가치 때문이다.


박미경 

우리는 멘티들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아왔잖아요. 여건이 되고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먼저 살아본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어린 친구들과 공유하고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며 다독일 수 있는 역할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인생의 특혜이자 역할이 아닐까요? 

 


이은지 

우리는 특별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갖지 않았더라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게 누가 되었든! +


“먼저 살아본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어린 친구들과 공유하고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며 다독일 수 있는 역할, 인생의 특혜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