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중장년 세대가 함께 창업하는 ‘세대융합 창업 캠퍼스’

50+세대가 갖고 있는 경륜과 네트워크를 청년세대의 추진력, 디지털 민감성, 열정과 결합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대융합창업캠퍼스 사업은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일단 양 세대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발견하고 시사점을 찾는데 좋은 계기를 제공했다. 

 

박광희

청년과 중장년 세대가 함께 창업하는 <세대융합 창업 캠퍼스> 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 회장  

 

 

1. 청년의 패기와 장년의 연륜의 융합 – 세대융합창업캠퍼스
영화 「인턴」은 열정적인 30세 CEO의 회사에 입사한 70세 시니어 인턴이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조직의 꼭 필요한 구성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 훈훈한 영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이하‘르호봇’)가 주관하는 <세대융합창업캠퍼스>는 영화「인턴」을 모티브로 출발한다. 청년의 패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장년의 숙련된 기술·경력·네트워크가 매칭 된 세대 융합형 창업팀을 발굴하여 평균 7천만 원의 사업화 자금 지원 및 초기창업 전(全) 단계를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캠퍼스> 사업은 ‘세대융합’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창업’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혁신 창업 정책의 일환으로 현재 정부 및 민간에서 운영 중인 수많은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세대융합의 가장 큰 차별 점은 모든 선발 과정에서 청·장년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서류심사 및 두 차례의 발표평가, 멘토링 캠프와 입소형 교육으로 이루어진 약 2달간의 까다로운 선발과정에 청·장년은 필수 참석으로 청·장년의 역량 투입 및 진정한 세대융합이 이루어졌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심사가 진행된다. 

 

사업 초기에는 세대 융합형 창업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창업 하나도 어려운데 ‘세대차이’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을까? 1차 년도 사업의 후반부에 접어든 지금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실제로 선발된 1차 년도 창업 팀들의 성과 및 사례를 보면 세대 간 융합이라는 과제를 해결한 기업은 팀 빌딩의 시너지가 2배, 3배 이상으로 나는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을 관찰해보면 소위 말하는 ‘장년 같지 않은 장년, 청년 같지 않은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는데 시니어는 권위를 내려놓고 주니어는 책임감을 가지며 각자 맡은 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한 것이다.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은 이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소규모 인력으로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속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버리고 핵심만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세대융합은 스타트업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또 스타트업이라는 공동의 목표는 세대융합을 촉진시키는 촉매가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대융합창업캠퍼스>는 새로운 관점에서 ‘세대융합’과 ‘창업’ 두 가지 과제를 융합하여 풀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년 인재 서포터즈 목표수립 워크숍>

 

2. 르호봇과 50+재단의 융합, 그리고 시너지
르호봇은 50+재단과 <2017세대융합창업캠퍼스 장년인재서포터즈>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기업과 장년인재가 매칭 된 후 실제 창업 기업의 근무지에 파견근무를 하고 약 6개월간 월 최대 2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 형태의 <장년인재서포터즈> 사업은 2017년도 1기를 시작으로 현재 2기를 매칭 중에 있다. 6개월간 서로 협력 가능성을 파악하는 시간을 갖고 최종적으로는 활동기간 이후에도 기업의 일원이 되어 공동 창업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년인재서포터즈>는 세대융합형 창업팀 발굴의 사전 준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장년인재서포터즈>는 청년 스타트업과 장년인재 간 매칭플랫폼을 구축하고 매칭 후 지속적인 창업 및 팀빌딩 교육을 통해 장년인재가 기업에 안착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청년 스타트업에게는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7년도 사업에 50+재단의 우수한 장년인재들을 추천 받아 청년 스타트업에 매칭 한 것을 시작으로 ’18년도에는 사업초기부터 50+재단 중부캠퍼스와 공동 기획 한 장년인재서포터즈 전용 교육 과정을 신설하였다. 이는 50+재단의 역량과 경험이 있는 50+세대를 선발하여 4주간의 사전 교육을 통하여 <세대융합창업캠퍼스>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창업기업과의 매칭 성공률을 높이고 성공적인 안착을 돕기 위한 과정으로 32명이 수료하였고 2차례의 매칭행사를 통해 현재까지 약 8팀이 청년 스타트업과 매칭이 되어 본격적으로 사업화 다음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매칭 성과를 간단히 살펴보면 빅데이터 기반 펫푸드 제공 서비스를 창업 준비중 인 이수정 대표(31세)는 전직 수의사이자 서울대학교 수의대학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조영웅 교수(74세)와 매칭이 되었고, 한국 전통기반 시각적 캐릭터 콘텐츠를 개발하는 부가부스튜디오 김수현 대표(28세)는 산업 은행, 호텔신라, 제일기획 및 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 출신의 임현정 대표(49세)와 매칭이 되었다. 간략한 소개만 봐도 장년의 역량분야와 청년의 사업아이템이 ‘찰떡궁합’임을 알 수 있다. 해당 분야에서 십 수 년간 축적된 장년의 전문 역량이 <세대융합창업캠퍼스>라는 매칭 플랫폼을 통해 다시 한 번 빛을 보게 되었고, 청년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든든한 선배이자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아직 몇 단계의 평가를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 이들이 발휘할 시너지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장년인재서포터즈 매칭데이>

 

 3. 퍼즐조각을 찾다 - ㈜리베라빗
‘17년도 장년인재서포터즈 사업에 참여 했던 ㈜리베라빗은 수동휠체어 전동화 키트를 중심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3년차 스타트업이다. ㈜리베라빗의 원영오 대표(35세)는 제품개발이 완료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판로개척을 위한 영업·마케팅 전략 및 자금조달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상황에서 르호봇의 장년인재 서포터즈 매칭행사에 참여하였고 회사의 고민을 이해하고 성실히 참여해줄 장년인재를 만나게 되었다. 

매칭된 장년인재는 50+재단에서 추천한 이병태 본부장(54세)으로 삼성SDS 인프라 본부, 한국 HP IPG 등 출신의 경영·마케팅 전문가이다. 활동 4개월 차에 접어든 ㈜리베라빗은 원영오 대표가 아이디어를 도출하면 이병태 본부장이 실제 사업화 및 매출 발생 가능성 측면을 검토하며 사업의 방향성을 가다듬고 있다. 기존 ㈜리베라빗은 태양광 충전소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 자전거 및 스쿠터도 사업 영역에 포함이 되어있었으나 이병태 본부장 합류 후 유지관리 및 보수비용이 큰 태양광 충전소 및 전동 자전거 보급의 현실성 검토를 통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휠체어의 전동화 사업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장애인 전용 전동휠체어는 보조금에 의한 소수 독점 시장을 형성하여 비용적 측면 등에서 비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나 리베라빗은 자체 개발한 수동휠체어에 부착할 수 있는 전동모듈을 보급함으로써 퍼스털모빌리티 공유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려 한다. 활동 2개월치 부터는 청년과 장년이 합심하여 ‘교통약자 이동케어서비스’에 대한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판매 전략을 수립하여 다양한 지원 사업에도 도전중이다. 현재 ㈜리베라빗은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에 선정되었고 ‘18년도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도 지원하여 서류 및 1차 발표심사를 통과하였고 최종 평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리베라빗 근무모습>

 

4. 전통적 기업과 스타트업의 온도차 – 해결해야 하는 과제 1
장년인재서포터즈 사업에 참여하는 50+세대의 이력을 보면 굉장히 화려하다. 대기업 임원 출신이나 교수, 고위공무원 출신도 많다. 매칭 행사를 운영하다 보면 종종 이러한 피드백을 받는다. ‘내가 참여하기엔 기업의 규모가 너무 작은데? 재직 시 매출 천 억대 이상의 기업에서 몇 백 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익숙한 장년인재에게 스타트업이란 기업 내 작은 한 개의 팀에 불과 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스타트업의 방식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기업이 1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 하는데 걸린 시간이 수십 년 이라면,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폭발적 확산성을 기반으로 이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의 차량공유 플랫폼 스타트업 우버의 경우 설립된 지 10년 미만인 현재 기업가치가 8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공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현재 규모가 작다고 해서 결코 타깃팅 하는 마켓사이즈가 작은 것은 아니며 적절한 시기 마다 적절한 자금조달이 실현되면 기업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장년의 축적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상호간의 온도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5. 창업자의 딜레마 – 해결해야 하는 과제2
매칭 된 청·장년은 세대융합 창업화 과제 선정 시 스톡옵션, 지분공유 혹은 공동대표 세 가지 팀빌딩 유형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장년이 자본금을 투입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누구와 얼마만큼의 지분을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지분 계약서 작성 및 스톡옵션 부여 등에 관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청·장년의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6. 앞으로의 계획
<세대융합창업캠퍼스>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마중물로 시작된 사업이지만 청년과 기성세대간의 벽을 허물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중앙정부의 사업을 지자체인 서울시 산하 50+재단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호응함으로써 정책의 효과를 높였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협업이 예산절감과 협력에 의한 시너지를 줄 수 있다는 시사점이 크다. 바라건대, 이제 순수하게 민간이 중심인 창업생태계 안에서 앤젤이나 액셀러레이터에서 자금이 준비(fund raising)되고 50+장년인재의 잠재능력을 활용해서 스타트업들을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추진된다면 본 사업을 통해 촉발된 세대융합의 물꼬가 점차 커다란 강을 이루는 날이 속히 오리라 기대해 본다. 

 

르호봇은 본 사업의 경험을 기반으로 50+재단에서 배출되는 장년 같지 않는 장년, 업데이트된 50+인적자원과 청년 스타트업들이 수시로 만나 필요에 따라 팀을 구성하여 50+의 경륜이 청년의 디지털 적응성과 열정이 만나 수많은 창업시도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모임과 세미나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크고 작은 다양한 세대 간의 결합 사례가 우리 사회에서 탄생되어 벤처창업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 등 보다 풍성한 사회변혁의 밑거름을 제공할 수 있기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