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그리고 5대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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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은 모두 5개입니다. 법궁(法宮)인 경복궁을 비롯하여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사도세자가 죽은 창경궁, 영조, 정조 임금이 많이 기거하셨던 경희궁, 그리고 고종 황제가 승하한 경운궁이 있습니다. (지금은 덕수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궁궐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아니, 일 년에 몇 번이나 궁궐을 방문하고 그 시대 궐인(闕人)들과 대화를 나누시나요? 궁궐은 우리에게 500년 조선 왕조 흥망의 역사와 문화, 시대와 인물의 숨결을 말없이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때였으면 들여다보기란 어림도 없었을 궁궐로의 여행을 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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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연못 위에 우뚝 서 있는 경회루


 

먼저 경복궁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1392년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건국한 조선왕조 초기에는 경복궁과 창덕궁을 함께 축성하여 이 두 궁궐이 시기별로 정궁의 역할을 달리 하였지만, 법궁으로서 위치는 여전히 경복궁이었습니다. 경복궁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면서 지은 조선의 대표적인 궁궐입니다. 경복궁에는 왕과 궐내 신하들의 업무 시설, 왕실 가족들의 생활 공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후원이 조성되었고, 왕비의 중궁(中宮), 세자의 동궁(東宮), 고종이 만든 건청궁 등 여러 개의 작은 궁들이 궁궐 조영 원칙에 충실하게 지어져 있습니다경복궁은 지은 지 200년 후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지고 고종 때 다시 지어졌으나, 일제가 우리나라를 합병한 후 궁궐의 대부분을 헐고 그 자리에 조선 총독부 건물을 세워 궁궐의 권위를 크게 훼손하고, 만주 침략의 기지로 삼으려 했습니다. 방치되던 경복궁은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이래 꾸준히 복원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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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돈화문 앞을 흐르는 금천을 가로지르는 금천교

 

 

태종 때 지어진 창덕궁은 조선의 5대 궁궐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궁궐로 꼽힙니다. 창덕궁은 1610년 광해군이 정궁으로 쓰게 된 뒤, 1868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258년 동안 왕이 머무른 궁궐로서 최근까지 사용되었던 궁궐인 만큼 어떤 궁보다 왕실의 생활을 깊게 엿볼 수 있으며 특히 일본 강점기에 비원(祕苑)으로 불렸던 후원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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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덮인 창경궁 명정문의 모습


 

창경궁은 태종이 아들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자신이 머물기 위해 지은 궁궐입니다. 당시의 이름은 수강궁이었는데, 성종 때 크게 다시 지었으며, 일제 강점기 시대에 궁궐의 위상을 떨어뜨리기 위해 창경궁 대부분을 헐고 동물원(창경원)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복원 공사를 통해 옛 모습을 대부분 되찾은 상태입니다. 창경궁은 자연과 궁궐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곳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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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의 정전으로 임금님이 하례(賀禮)를 받거나 국가 행사를 거행하던 중화전

 

덕수궁의 원래 이름은 경운궁이며, 경운궁은 5대 궁궐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데 원래는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집이었으나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불에 타자, 선조가 이곳에 옮겨 와 생활하게 되면서 정식 궁궐이 되었습니다. 덕수궁은 돌담길로 더욱 유명합니다. (고종의 길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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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대 정조가 즉위했던 경희궁 숭정문

 

경희궁은 광해군 대에 축조한 궁으로, 처음에는 경덕궁으로 불렸는데 인조 이후 철종에 이르기까지 10대에 걸쳐 임금들이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원래 경희궁은 100여 동의 건물이 있었습니다만,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조선의 5대 궁궐은 서울,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삶을 살기에 바빠, 혹은 너무나 익숙해진 탓에 궁궐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조선 5대 궁궐을 비롯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먼저 알고, 지키고, 알리는 일에 우리 모두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 5대 궁궐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4기 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