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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다. 낭만뿐 아니라 자존감 향상에 효과  

‘아트페어’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개의 화랑이 한곳에 모여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행사, 즉 ‘미술시장’을 뜻한다. 하지만 그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섰다.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현대미술의 흐름뿐만 아니라 미술계의 전망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한국 미술시장

다양한 아트페어 가운데 영국 런던의 ‘프리즈(Frieze)’, 프랑스 ‘피아크(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 스위스 ‘아트 바젤(Art Basel)’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린다.

 

이 중 실험적인 현대미술 분야라는 차별화로 성장해온 프리즈가 서울에서 전시를 했다.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런던, 로스앤젤레스, 뉴욕, 마스터즈에 이어 프리즈에서 출범하는 다섯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아트페어다.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에서 2002년 개막하여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과 함께 지난 9월 2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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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Damien Hirst의 작품이다. 프리즈 전시에서.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현대 작가들의 트렌드를 읽고 거장들의 작품도 여러 점 보고… 행복한 날을 2일 가졌다

지난 3월 17일, SETEC에서 열렸던 2022 화랑미술제를 관람치 못해 아쉬웠는데, 이 가을에 무척 행복하다.

9월 초 열리는 아트페어가 Kiaf Seoul(코엑스 1층 A, B홀), Kiaf+(SETEC 전관), Frieze(코엑스 3층 C, D홀), The Artplace 2022(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 6층)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수십여 개의 위성페어와 특별프로젝트들이 도처에서 펼쳐진다. 전시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다.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 섹션을 통해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 섹션을 통해 신흥 작가와 갤러리들을 선보였다. 어릴 적 명절 때 받은 종합 선물 세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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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으로 보이지 않는 바닥에 누운 사람 그림이 자신의 그림자일까? 아니면 연인일까 궁금한 Francis Bacon 작품(왼쪽).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뷔페에선 골라 먹지 말자!

‘편식하지 말자!’, ‘천천히 보자!’를 주문처럼 외우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Pre View인 9월 1일과 개막일 9월 2일. 이틀 동안 총 10시간, 5만 보를 걸었다. 한라산 왕복이 4만 5,000보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다 보지 못했다. 관람기 쓰는 지금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왜냐하면 지인 인스타그램에 내가 보지 못한 작품 사진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 작가들. 수백 년 넘게 사용해온 유화 물감과 캔버스라는 재료를 사용해서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고자 하는 중압감은 얼마나 클지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Cecily Brown, 그림을 보기만 해도 씩씩해질 거 같은 A.R. Penck 작품, 대형 작품만 보다 차돌같이 단단함을 건넨 배병우 작가의 작품, 베어서 난 자국 시리즈 ‘탈리’로 유명한 루치오 폰타나,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 몬드리안, 마티스, George Condo, Georg Baselitz, Damien Hirst, 시간이 갈수록 고평가받는 윤형근 등의 작품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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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화면 속 곳곳에 숨겨진 비밀들을 찾느라 눈을 뗄 수 없는 세실리 브라운 작가 작품.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문화학자 ‘에드워드 홀’은 개인의 영역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부모 자식 간이나 연인, 부부 사이처럼 45cm 미만의 접촉이 허용되는 밀접한 관계의 거리. 친구나 가까운 지인의 경우처럼 45~120cm를 허용하는 관계의 거리. 인터뷰나 공식적인 만남과 같은 120~370cm에 해당하는 사회적 거리가 있고, 무대 위의 공연자와 관객 사이처럼 370cm를 초과하는 공적인 거리다. 반경 1m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세상과 남의 침범을 막아내야 하는 거리다. 이 1m 안에는 기쁨, 행복, 사랑, 불행, 비극, 증오 등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 ​비행기도 타지 않고 세계적 작가의 작품 실물을 1m 미만의 거리에 두고 감상했다. 폐장 시간엔 관람객도 적어 오롯하게 있었다. 한마디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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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 끝으로 철판에 그림을 그리는 한영욱 작가 작품.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긴 시간 머물며 보고 감상한 작품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신작 유화 ‘Red Portrait Composition(2022)’과 숯을 가루로 만들어 한국 전통 서예의 울림을 불러일으킨 숯의 화가 LEE BAE 작품 앞에서 오래도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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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가루로 한 획 한 획 그린 Lee Bae 작가 작품.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꽤 머물러 있던 곳은 1890년 오스트리아 출생 에곤 쉴레(Egon Schiele) 부스다. 그림이 가식이 없고 너무 노골적이고 솔직해서 당황스러운 게 많다. 그럼에도 어떻게 저런 구도와 색상, 선의 느낌을 나타냈을까. 시대를 많이 앞서간 세련미와 스타일리시한 그림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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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너무 앞서간 작가 에곤 쉴레 작품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최근 추상화를 그리는 한국 작가들이 많아졌다. 작품의 깊이와 다양성도 확장되고 있다. 무엇이든 미술 재료로 활용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회화 재료인 유화 물감을 비롯해 나무, 돌, 동물, 달걀, 철판, 쇠 등 특히 바늘로 철판에 그림을 그리고, 비누로 도자기를 만들고 숯을 갈아서 그린 작품들이 새로웠다.

 

이 공간에서 마스크만 지우면 팬데믹 이전과 같다는 생각을 할 만큼 초청받은 VIP와 관람객이 많았던 아트페어다. 입장하기 위해 앞뒤 간격 없이 줄 선 일반 관람객, 유명 작품이 설치된 부스 안에서의 밀도 높은 사람들, 앉아서 잠시 쉴 수 있는 간이 휴게 공간 부족 등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세계적 갤러리들이 출품한 미술품 실물을 봤다는 것 하나로 다 용서할 수 있다.

 

게다가 미술품을 담는 셔터 음에서 오랜만에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예전에 방문한 MOMA 미술관에서는 중형카메라임에도 거의 모든 작품 앞에서 눈치 보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국내 아트페어에서는 ‘No Photo’가 많아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번 관람 아트페어에서는 어디에서도 제지받지 않고 자유로웠다.

 

전시 관람 私談

방문 전에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방문하면 좋다. 물론 갤러리 관계자에게 가볍게 질문을 해도 작품을 매입하라 하지 않으니 걱정은 마시라. 

참고로 보통 아트페어에서 판매된 작품에 빨강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여놓는다.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는데 kiaf 서울, kiaf+에서는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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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 스티커가 전부 붙은 작가 작품들이 종종 보였다. 완판! 축하한다. 작가 이름을 잊었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문화생활, 여가 생활! 체력이 우선한다. 전시 관람은 체력이 필수다. 이번처럼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전시를 관람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가서 오래도록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기초체력을 단련하도록 자기 관리를 해야 하겠다. 

관람객 패션, 복장이 멋지다. 유심히 보면 편한 신발이다. 오래도록 걷고 서 있어야 하기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관람객 모두 굽 없고 낮은 신발을 착용했다. 폼이 아니라 실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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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 전부가 편한 신발을 신었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근래 들어 한국인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장되고, 미술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와 기관이 급증하는 등 미술시장이 역동적이다. 미술품에 대한 관세와 취득세가 없고, 젊은 컬렉터들 움직임도 매력적인 요소다. 금수저는 못 물려줘도 주식 한 장, 미술품 하나는 줄 수 있도록 용돈 모아 작품하나 사 볼까! 변화의 물결 앞에서 안주하는 것만큼 위험한 결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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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다양성과 깊이감이 확장되는 이은황 작가 작품.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kis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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