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에 대해

 

마스크 사용이 일상이 된 사람들 

 

겨우 잠잠해지나 싶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면서 일어난 소수의 경솔한 행동이 불러온 파장이죠. 규칙을 잘 지켜온 사람으로선 그저 답답한 노릇입니다. 일상 복귀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 시간은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불광천 거리두기 풍경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의 영향으로 비상이 걸린 코로나는 다시 사람들의 발을 묶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클럽 특성상 신원 파악이 쉽지 않다 보니 감염자를 최대한 줄인다고 나온 대책이 ‘대중교통 이용 생활 속 거리두기’였죠. 지난 5월 13일부터 실행되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 생활 속 거리두기’는 지하철이 혼잡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개찰구 진입이 제한된다는 내용입니다. 요즘은 더욱 강화되어 마스크를 안 쓰면 버스 승차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혼잡도는 80% 이하는 여유, 80~130%는 보통, 130~150%는 주의, 150% 이상이면 혼잡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여유 단계는 승객들이 대부분 의자에 앉아있고 통로도 비어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보통 단계는 승객이 비교적 여유 있게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주의 단계는 이동 시 다른 승객과 부딪힘이 있고 혼잡 단계는 이동이 불가능할 만큼 승객이 많은 상태라고 해요. 혼잡도가 170%가 넘으면 역 관제 기관사가 판단을 하여 혼잡 구간에 해당하는 역은 무정차 통과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개 지옥철로 불리는 출퇴근 시간대를 혼잡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해요.

 

 빠르고 정확해서 대다수가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니 이제는 여분의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입구에서 마스크가 없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다행히 요즘은 마스크 구매가 많이 자유로워지기도 했고요. 마스크를 잊은 사람을 위해 역사 자판기나 편의점 등에서 마스크를 시중 가격에 판매하거든요. 다만 소액이다 보니 여분의 현금을 챙기는 게 좋겠지요. 기억력은 떨어지는데 기억할 것은 점점 많아지니 큰일입니다.

 

 

불광천 거리두기 풍경

 

 

어설피 정지된 시간이 길어지니 너나없이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상반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가 열리기 무섭게 신청한 캠퍼스의 몇몇 강좌가 한 번의 연기를 거쳐 결국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처음 연기 문자를 받았을 때 '취소가 아니라 다행이다' 했던 마음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배가 되었지요. 그뿐인가요. 갑자기 집콕(집에 콕 박혀있는)을 하다 보니 매일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기더군요. 운동부족, 의욕상실, 무기력 등등이 그렇습니다. 아! 한 가지 왕성해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식욕이 그것입니다. 모든 기능이 뚝뚝 떨어질 때도 식욕만큼은 영 줄어들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면 식욕도 올라간다는데 온라인 수업을 받느라 온종일 집에 붙어있던 우리 집 막내가 제 식욕을 올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정이 최고조에 도달할 즈음 저나 나나 각자의 캠퍼스로 가게 되어 겨우 숨통이 트였습니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요.

 

 

불광천에서 만난 노란 장미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달라진 것도 꽤 많습니다. 먼저 화장품을 보면 마스크 착용이 길어지면서 눈과 관련한 화장품이 잘 팔린다고 하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마스크를 쓰게 되면 눈만 보이니 눈을 아름답게 꾸미는데 투자하겠다는 거지요. 그래서일까요? 오며 가며 보게 되는 마스크 쓴 사람들의 눈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먼저 손을 철저히 씻거나 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감기 환자도 줄었다고 해요. 코로나19로 생긴 변화입니다.

 

그뿐인가요. 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일반 강좌도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죠. 유튜브(YouTube)를 이용한 영상이나 줌(Zoom)을 이용한 활동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줌(Zoom)을 이용한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줌(Zoom)은 장소에 구애 없이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이용해 동시 접속이 가능한 앱(app)입니다. 화상채팅 기능이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뭔가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 그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활동입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야 하는 문화공연과 관련한 예술 쪽이 특히 타격이 크다고 해요.

 

 

서부캠퍼스 가는 길에 핀 꽃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마스크 구매 제한 같은 것. 마스크가 없어서 십 분이나 기다린 버스를 탈 수 없었다든가 삼십 분을 버티다 결국 기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던가 하는 것들이죠. 최근에 우리 집 아이도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나섰다가 마스크를 잊었다고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버스를 탈 수 없었다고 해요. 결국 그날 지각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여분의 마스크를 가방에 넣어두게 되었죠.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마스크의 체감온도는 높아만 집니다. 특히 지열이 훅훅 올라오는 날, 눈만 빼꼼히 내놓고 얼굴을 덮은 마스크 한 장은 안 그래도 벌건 얼굴을 더욱 뜨겁게 달굽니다.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훅 벗어버릴 때의 그 시원한 해방감이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한여름에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일이 이렇게 불편한 일이었네요.

 

 

서부캠퍼스 가는 길에 있는 피아노 숲 주변도 단장 중

 

 

최근에 제겐 즐거운 일이 생겼습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면서 캠퍼스 활동을 조금씩 시작했거든요. 얼마나 감사한지요. 마스크를 사용하지만 집을 나서서 갈 곳이 있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알아갑니다. 늘 마시는 산소의 고마움처럼 이 역시도 자주 잊겠지만요. 이제 그만 멈추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마스크로 가린 얼굴 대신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50+시민기자단 정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