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개띠'가 묻고 '58 개띠'가 답했다 "인생 별 거 있다"


2018년은 무술(戊戌), 개의 해다. 현대사의 굴곡을 겪으며 쉼 없이 달려온 '58년 개띠'가 환갑(還甲)을 맞는다. 이제 58년 개띠 앞에 놓인 화두는 '노후'다.

'두 바퀴' 아래 띠동갑 82년생 개띠는 서른여섯, 청춘에서 장년으로 다가섰다. 인생 2막에 돌입한 전직 최고경영자(CEO) 58년생과 시인 82년생이 '개띠 공감' 이야기꽃을 피웠다. 

 

개띠인 58년생 정권수 전 버거킹코리아 대표(왼쪽)와 82년생 오은 시인이 26일 오후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소품으로 준비한 강아지 인형 가운데 정씨는 '누렁이'를, 오은은 가장 엉뚱하게 생긴 강아지를 골랐다. 박종근 기자

개띠인 58년생 정권수 전 버거킹코리아 대표(왼쪽)와 82년생 오은 시인이 26일 오후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소품으로 준비한 강아지 인형 가운데 정씨는 '누렁이'를, 오은은 가장 엉뚱하게 생긴 강아지를 골랐다. 박종근 기자

동창회에서 어떤 놈이 그러던데 우리가 뭐, 베이비붐 세대라면서?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 왔다고 하던데, 그랬냐?

그러고 보니 우리는 참 여러 가지로 장한 인생이야. (중략) 그래서 너는 사는 게 재밌냐? 이 나이에 재미는 무슨 재미야.

술 맛있는 줄도 모르겠고 마누라가 목욕을 해도 돌아누워서 자고, 진짜 뭘 해도 재미있는 줄을 모르겠어.

돈도 얼마 못 벌어놔서 노후를 생각하면 한숨 나고. 뭐 이 타령으로 살다가 끝나는 거겠지, 별거 있겠냐. -은희경의 『마이너리그』 중에서.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신문지를 구겨대던 시대에 태어나 민주화, 경제성장,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등을 지나 스마트폰으로 동창들과 연락하는 시대에 다다랐다.

 내년이면 만 60세, 환갑(還甲)을 맞는다. 개떼처럼 많다고, 생활력이 강하다고, 맹랑하다고 '58년 개띠'라 불렸다. 
  
'58년 개띠' 정권수 전 버거킹코리아 대표이사와 '82년 개띠' 시인 오은이 마주 앉았다. 35세의 오 시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고도 성장기에 초년기를 보냈다. IMF 시대와 정보기술(IT) 혁명기를 거쳤다. '스펙' 붐을 통과해 30대에 이르니 '두 바퀴' 인생 선배들이 젊었을 때 맞이했던 것과는 다른 팍팍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정권수씨=195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83년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77학번)하고 그해 5월 두산그룹에 입사해 기획실 등에서 근무했다. 2012년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버거킹코리아에서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듬해 퇴직했다. 올 2월부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중·장년층에게 사회공헌 일자리를 연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은 시인=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2007년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02학번)하고 2009년에 KAIS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4년간 다음소프트에서 빅데이터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파스텔 뮤직’ 수석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해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의 시집을 냈다. 

 

정권수=그게 저절로 형성됐을 거다. 어렸을 때 화장실에 앉아서 쫙쫙 비비면 보들보들해진 신문지, 그게 용변 처리하는 휴지였다. 사는 형편이 좀 나은 사람도 그랬다. 대학에 가 보니 누런 두루마리 화장지가 있어서 와 이런 게 다 있나 했다. 
  
=같은 58년생도 사람마다 취향, 삶의 궤적, 형편이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57년 닭띠나 59년 돼지띠와 달리 '58년 개띠'는 키워드로 묶여 있다는 게 특이하다. 
  
=박정희 대통령 아들과 우리가 동갑이다. 정치적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교 입학시험이 갑자기 없어졌다. 중3 초까지도 학원 다니면서 입시 공부 했는데…. 명문고 서열 벗어나서 공부 못하는 놈이 경기고 가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가 기가 안 죽었지 싶다. 직업을 구할 때도 고교 서열 같은 것 상관없이 덤빌 수 있었다. 이런 점이 57년생과의 차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민주화 등 역사적인 사건을 관통한 세대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가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나는 당시 군대에 있었는데 부마항쟁이 나니까 군대에 비상이 걸렸다. 철모 쓰고 칼 차고 다녔다. 12·12 때는 우리 군인들끼리 총 들고 싸우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광주 민주항쟁이 터졌다. 나처럼 군대에 있던 애들도 있고, 밖에서 데모하는 애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었든 사회 현상을 남 일 보듯 넘어갈 수 없게 됐다. 이후 80년대 학번들은 득세를 했는데 77~79학번은 피해를 많이 봤다. 
  
=취직이 쉬웠다고 들었다. 
  
=좋은 직장에 대한 경쟁은 있었지만 대개 취직만 하면 회사가 금방 팽창하고 성장했다. 회사 그만두고 사업해도 70~80%는 성공했다. 큰 어려움 없이 살던 개띠들의 인생은 IMF 사태를 겪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열심히 일하면 큰 보상은 못 받아도 위험한 일은 없을 거란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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