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불안감, 50플러스센터에서 푸세요”

 

서울 4곳에 개설된 50플러스센터, 교육·상담·일자리·커뮤니티 활동 등 지원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 “된다, 된다, 자알된다. 아하하하….”

지난 11일 오전 10시 동작구 50플러스센터 행복공간에 모인 동아리 ‘솔레미오포럼’ 회원 7명이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가장 고령자인 김장수(71) 회원이 뇌운동 박수 시범을 보여주자, 나머지 회원들이 열심히 따라 한다. 서로의 서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재미있어한다. “아야어여오요…기역니은디귿….”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리듬에 맞춰 소리 내거나 모양을 만들며 건강체조도 곁들인다.

솔레미오포럼 회원들은 지난해 동작50플러스센터의 행복설계 교육과정을 함께 들었던 수강생들이다. 뜻 맞는 동기생들 10여명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웃음치료 강의, 부동산이나 보험 분야 강의 등 각자 그간의 경력들을 살려 돌아가면서 발표했다. 얼마 전부터는 뇌운동 박수 강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을 주로 한단다. 화요일마다 2시간씩 만난다. 다달이 요양원이나 복지관에 가서 자원봉사 활동도 함께한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각종 지원에 소외됐던 중장년층에게 자치구의 50플러스센터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두 곳 있는 50플러스캠퍼스가 권역별 플랫폼이라면, 50플러스센터는 조금 작은 규모의 지역 기반 활동 공간이다. 2014년 4월 종로구 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시작으로 지난해 동작, 영등포, 노원에서 센터 3곳이 잇따라 개관했다.

50플러스센터는 교육, 상담, 일자리, 커뮤니티 활동 등을 지원한다. 이들 활동은 서로 연계되어 이뤄지기도 한다. 지역의 중장년층이 관심 분야의 교육과정에 참여한 뒤 서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 동아리를 만들어 꾸준히 활동하거나, 상담을 받아 생애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가며 강의를 듣고 동아리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50플러스센터 4곳의 누리집 회원은 1만5000명에 이르고, 매달 평균 2만명 정도가 누리집에 접속해 프로그램 정보를 얻어 가거나 서비스를 이용한다.

50플러스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금융기관에서 일하고 퇴직한 노영옥(62)씨는 3년 전 인생 이모작을 고민하다 인터넷에서 도심권 50플러스센터를 알게 됐다. 센터에서 활동을 통해 인생설계 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수강생 5명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센터가 커뮤니티 활동 공간을 지원해줘 강의 준비와 연습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노씨는 말했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지식 공유의 장인 센터의 열린 학교 프로그램에도 지원해 ‘행복한 인생설계와 금융기관 활용하기’ 강좌도 스스로 열었다. 요즘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문가 양성 과정 등 센터의 다른 강의도 듣고 있다. 센터 교육 수료생 동기들과 다우리이엔씨협동조합에서 강사로도 활동한다.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동화구연 과정을 들은 김종숙씨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영등포50플러스센터 제공
50플러스센터의 수강생 가운데 교육과 봉사 경험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경험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김종숙(58)씨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지난해 동화구연 과정을 수료했다. 이 과정은 수업료가 없는 대신 6개월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김씨는 센터 건물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매주 한 번씩 아이들에게 동화구연 수업을 했다. “봉사활동을 처음 해보는 거라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해보니 사랑스러운 아이들 모습에 내가 더 행복해지고 보람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닿으면 센터에서 연계해주는 고용부의 사회공헌 일자리에도 참여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50플러스센터마다 나름의 특성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센터를 활용하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동작50플러스센터는 마음건강센터, 평생학습관,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한 건물에 있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의도에 있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는 폭넓게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복지시설로 지어졌다. 1층은 어린이집, 2층은 어르신센터, 3·4층은 50플러스센터가 있어 세대 간 연결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활동과 복지 서비스 정보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50플러스센터 관계자들은 50플러스 세대뿐만 아니라 인생 후반전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들도 센터를 활용하라고 권한다. 고진수 도심권50플러스센터장은 “은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떨지 말고 지역의 50플러스센터에 가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미리 경험하고 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올해 성북구, 강동구, 서대문구, 금천구 등 4곳의 자치구에서도 50플러스센터를 열 예정이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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